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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

동원 예비군 1일차

939 2017.04.09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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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이렇게 뜨거웠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처량한 눈으로 발을 내디뎠던 그날도 이렇게 눈이 부셨다. 버스에서 내리자 갑자기 쏟아지는 햇살에 든 갑작스레 옛날 생각이 내 눈을 더욱 부시게 만들었다. 그 옛날 그 시절에도 쏟아지는 햇살에 눈을 제대로 못 뜬 상태로 끌려갔다.

왁자지껄, 궁시렁, 술렁술렁. 버스에서 내린 일군의 사람들이 내는 소리에 눈이 부시다는 말조차 꺼내기 무안하다. 어린아이가 어른 구두를 신은 것처럼 군화 뒷꿈치를 질질 끌고 다니는 국방색 얼룩무늬 사람들은 단잠을 훼방놓은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확성기가 사람들을 갈랐다. 어슬렁어슬렁 위치를 잡아가면서 연병장을 어지럽게 구르던 국방색 얼룩무늬 사람들은 확성기 때문에 서서히 질서를 잡아갔다.

간부님들은 이쪽으로 와 주세요.”

동원용지를 보시고 해당 중대별로 옮겨 가시면 됩니다. 중대표시는 용지 위에서 네 번째 아니 다섯 번째 줄에 보시면 있습니다.”

 

확성기 소리가 잦아들면서 얼룩무늬들은 연병장에 있는 천막 앞으로 움직였다. 천막 앞의 탁자에서는 빠릿빠릿한 얼룩무늬들이 느릿한 얼룩무늬들에게 무언가를 받고 나눠주었다. 느릿한 얼룩무늬들은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소대형 텐트 안에는 마치 내무반처럼 침상이 있고 관물대가 있다. 번호표를 받은 자리로 가서 잠깐 대기를 했다. 이윽고 빠릿한 국방색 얼룩무늬가 와서 종이와 펜과 기타 딱지를 나눠준다. 긴 머리, 염색 머리, 형형색색인 느릿 얼룩무늬들은 잠에서 갓 깬 어린 아이 투정 부리듯 빠릿한 얼룩무늬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

선배님들. 좀 있으면 입소신고가 있습니다. 관물대에 있는 전투배낭을 이용하여 군장을 꾸려주시기 바랍니다. 군장은 완전군장입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아니다. 바짝 군기 든 목소리는 더욱 아니다. 낮잠 잘 시간에 자지 못하고 있는 송아지가 내는 소리 같다.

어이. 나 이런 군장 써 본 적 없어. 어떻게 해?”

느릿 얼룩무늬의 말에 빠릿 얼룩무늬가 약간 당황했다. 이때 모자에 금빛으로 반짝이는 쇠붙이를 단 얼룩무늬가 들어왔다.

현역들은 예비역들이 군장을 꾸리도록 도울 수 있도록.”

. 알겠습니다.”

, 그리고 예비역 여러분. 우리 중대에 배속 받은 걸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부터 여러분들과 같이 생활할 상사 윤XX입니다. 전역한지 꽤 되어 예전만큼의 감각을 발휘하실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여기 있는 현역들보다 훨씬 낫겠지요. 일단 입소를 하셨으니 본인과 여러 현역들의 통제를 잘 따라 주시고, 또 부족한 현역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모쪼록 퇴소하는 날까지 몸 건강히 또 아무 사고 없이 지낼 수 있도록 합니다. 이상입니다. . 거기 상병아. 군장 결속 도우라니까.”

 

옛날 기분을 내 본다. 전투 배낭을 뒤집어 속에 모포를 넣고 입구를 꽉 조인 후, 다른 모포를 좌악 펴서 막대 모양으로 단단히 말아서 탄탄하게 만든다. 단단히 만 모포를 전투 배낭의 왼쪽 측면부터 시작하여 윗면을 거쳐 오른쪽 측면으로 빗겨 내린다. 그리고 모포를 고정할 수 있는 고리를 하나씩 끼운다. 처음에는 중요한 위치에만 살짝 끼워 놓고 전체를 다 끼웠다 싶으면 꽉 조인다. 이제 반합을 배낭 뒷편에 고정시켰다. 뛰거나 할 때 소리나지 않게 끈으로 단단히 결속을 해야 한다. 전투 배낭의 바닥에 또 하나의 모포를 갖다 대었다. 튼튼하게 묶으면서 배낭 전체가 균형을 잃지 않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야전삽을 달 차례다. 우선 야삽피만 뽑아서 전투 배낭과의 연결고리에 넣었다. 야삽피 연결이 끝나면 야삽을 넣고 야삽 손잡이 부분을 끈으로 고정시켰다. 이제 다 끝났다. 현역이 갑자기 판초우의도 같이 결속을 하라고 했다. 이곳저곳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 아까 하라고 하지, 왜 지금 그러냐. 다 묶었잖아.”

그게 말입니다. 그래도 하셔야 합니다.”

말 많던 사람들도 판초우의를 받아서 군장에 다시 결속했다. 이제는 신고식이다.

 

오래간만에 해보는 완전군장이다. 하이바와 총까지 들고 있으니 영락없는 현역 군인이다. 하이바에 붙은 노란 딱지만 아니면 누가 알 수 있겠는가. 하지만, 어깨를 짓누르는 느낌과 가슴이 답답한 느낌은 예전과 같으니 외견뿐만 아니라 기분까지도 다시 입대하는 것과 같다.

그런 기분이 입소신고식에서도 똑같이 이어졌다. 훈련을 받으러 왔으니 훈련에 앞서 부대에 들어온 신고를 하게 되어 있다.

신고에 앞서 대오를 맞추어야 하는데, 현역이 아닌지라 일사분란하지 않다. 휴대용 확성기와 커다란 확성기를 전부 동원하고서야 겨우 병력들의 위치를 잡을 수 있었다.

 

 

제대 차렷!”

빠빠빠빠빵빠빠빠!”

지금부터 훈련계획에 따라 부대 증편 신고를 하겠습니다. 참모장님께 대한 경례

참모장님께 대하여, 부대 받들엇 총!”

! !”

단결!”

단결.”

세웟 총!

국민의례

받들엇 총!”

우리는 자랑스런 국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세웟 총!”

부대 증편 신고

참모장님께 대하여, 받들엇 총!”

! !”

단결!”

단결.”

세웟 총!”

신고 합니다. 중위 XXXOOO명은 20XXOO일부로 부대증편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 합니다.”

참모장님께 대하여, 받들엇 총!”

! !”

단결!”

단결.”

세웟 총!”

입소자 선서! 선서자 앞으로.”

선 서!”

! !”

우리는 ... 이에 선서합니다. 선서자 대표 중위 X! X! X!"

참모장님 훈시!”

부대 차렷!”

단결!”

단결.”

훈시!”

열중 쉬어.”

반갑습니다. 여러분. 참모장입니다. 여러분들은 이제 ... ...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이상.”

부대 차렷!”

단결!”

단결.”

이상으로 부대 증편 신고식을 마치겠습니다. 참모장님께 대한 경례.”

참모장님께 대하여, 부대 받들엇 총!”

! !”

단결!”

단결.”

세웟 총!”

 

 

밥은 항상 그랬다. . 떡밥. 낚시에 쓰는 떡밥이 아니라 떡을 해 먹어야 적당하지 않을까싶은 떡밥. 그래도 먹어야 저녁까지 견딜 수 있다. 똥국이라 부르는 된장국까지 같이 먹는다는 것은 옛날을 추억하는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밥 투정할 시간은 없다. 훈련이 있다. 빨리 단독 군장을 해야 한다. 밥을 먹고 식기를 닦고 훈련을 위해서 단독 군장을 꾸렸다. K-2를 잡았다. 변함없이 차가운 놈이었다. 총구에서 개머리판까지 감정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따스한 숨결조차도 없는 놈이었다. 그런 놈에게는 따스한 눈길 아니 손길을 줄 필요가 없다. 노리쇠를 후퇴시켜 약실을 보았다. 수줍은 처녀 속살 보듯 유심히 살펴 보았다. 노리쇠를 강하게 전진시켰다. 착 하는 소리가 났다. 두세 번 더 전진후퇴를 하여 상태가 어떠한지를 보았다. 흡사 외간 남자를 만난 아가씨마냥 수줍음을 타고 있었다. 총을 잡고 어깨에 견착한 후에 허공을 겨냥하여 조심스럽게 방아쇠를 당겼다. 탁 하는 소리. 남자를 밀쳐내는 아가씨의 손짓과도 같은 소리였다.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상큼함이다.

총을 잡고 일어서 나가려는 순간에, 정신교육이 있다고 전투모만 쓰고 나오란다. 소풍가는 날 아침에 비가 오는 장면이다.

 

예비군의 행군은 독특하다. 아주 독특하다. 일단 줄이 전혀 맞지 않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통제라는 것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흐름은 유지가 된다. 그러나 그것은 바다를 향해가는 북구의 몰모트와 비슷한 형상이다. 몰려가는 것이다.

 

교육훈련에 여러 가지가 있는데 특히 머리 속에 든 생각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 정신 교육 아니었던가. 그러나 머리가 다 커버린 성인에게 어떻게 생각을 바꾸라고 강요할 수 있나. 졸려서 머리를 꾸벅꾸벅 흔드는 것은 기본이고 안절부절하는 어린아이처럼 어찌할 줄을 모른다. 한창 생업에 바쁜 사람들을 모아놓으니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겠는가.

아니다. 사실은 그들이 이 일을 다시 하기 싫어서이다. 머리 속에는 엄청난 공포가 들어 있다. 그때 그 시절, 고참에게 갈굼받던 이등병 시절이 생각난 것이다. 아무리 강한 적 앞에서 용감한 군인이었다고 할 지라도 힘들고 고통스런 시절을 떠올리면 그 옛날의 괴로움에 온 몸을 떨 것이다. 더구나 이제는 사회인이 아닌가. 사회인들에게 다시 군복을 입고 예전처럼 하라면 당연히 저항이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에게는 34일간 돌이키기도 싫은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해야 한다. 마치 훈련소에 들어갔던 그날처럼.

 

총을 손에 잡아도 그 옛날의 감각이 없다면 어렵다. 그래서 우선은 총을 먼저 쏜다. 실탄 사격. 부대에서 얼마간 떨어진 사격장으로 다같이 이동한다. 철모와 총, 그리고 탄띠. 이른바 단독군장으로 행군을 한다.

예비군 꿩총 쏘듯이란 말이 있다. 사냥꾼이 꿩잡으러 갈 때 어떤 모습으로 가는지 본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 우로어깨 총을 한 것은 맞는데, 총의 기울기가 개머리판은 배 앞으로 40cm 나가고 총구는 머리 뒤로 30cm정도 나간다. 바로 이것이 사냥꾼이 꿩잡으러 갈 때 총을 가지고 가는 모습이다. 예비군이 꿩총 쏜다는 말은 바로 이런 형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단독군장으로 행군을 하고 가지만 어깨 걸어 총이나 행군대형으로 총을 걸치고 갈 수도 있지만, 대체로 꿩총 들고 가듯이 간다.

 

사격장에 도착했다. 군시절에 자주 보았던 노란색 탄투의 살상탄이다. 손대면 차갑다. 하지만, 내 살을 파고들어 뼈를 두동강낼 수 있는 무기이다. 내 아무리 선량하게 살았어도 이 놈이 주는 짜릿한 흥분에 잠자고 있던 야성이 일어나는 기분이다. 살생. . 인간의 본능인가 남자의 본능인가 아니면 야생의 본능인가.

총을 발명한 영악한 인간의 후손으로서, 창조할때의 느낌과는 다르게 인드라의 창을 든 신이된 기분을 누리니, 어찌 영광이 아니겠는가.

 

현역에선 총을 쏘기전에 자세를 잡는다. 이른바 전진무의탁 자세. 자세 잡는게 무어 힘들까 싶어 말을 꺼낼까. 하지만 오른손에 개머리판을 쥐고 왼손 등에 총을 올려 놓은 상태로 허리를 숙인채 엎드렸다 일어섰다를 반복해 보라. 혹자는 피가 나고 알이 배기고 이가 갈린다하여 PRI라고 부른다. 허리와 왼팔이 욱신거리고 다리에는 근육통이 만연한다.

그러나, 예비군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리가 누군가. 역전의 용사들이지 않은가. 시켜도 하지 않는 전진무의탁 자세를 그 누가 하겠는가. 그러니 전진무의탁 자세는 현역병들이 멋진 점프 동작으로 시범을 보인 후에 예비군은 구경하다가 하는척 했다가 그리고선 사격장 사로위에 올라간다.

실탄은 6. 멀가중말중가중의 타겟이 아니고 타겟지를 붙여 놓은 고정 타겟이다. 신호에 따라서 방아쇠에 손을 올렸다. K-2 소총의 개머리판을 어깨에 단단히 붙이고 흘러내리는 철모를 한손으로 올리고는 예전처럼 숨을 죽이고 의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방아쇠를 당겼다. 총소리가 났고 반동이 어깨와 뺨을 때렸다. 다시 가늠좌와 가늠쇠에 눈을 맞추고 표적을 겨냥했다. 반동과 충격. 그러기를 여섯 번. 전체가 사격을 멈출때까지 기다렸다가 표적지를 찾으러 갔다. 탄착군 형성이 안되었다. 영점 조정이 안된 총이어도 잘 쏘면 잘 맞겠지만 군시절에도 이렇게 총을 많이 쏜 적이 없으니 이 정도 결과에 만족을 해야 했다.

 

사격이 끝났다. 오늘 일과는 끝이 났다. 그러나 끝을 내지 않았다. 밤에도 사격을 했다. 이른바 야간사격이다. 조명이 있으면 쉽게 볼 수 있는데, 전쟁 중에 불을 켜고 어찌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전쟁 영화에서 보면 밤에도 잘 맞추고 심지어 저격까지 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그런데, 야밤에 총을 쏴 보라. 표적을 맞출 가능성이 얼마나 있다고 보는가. 더구나 밤눈 어두운 사람은 허공에 총 쏴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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