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Book

[신간 리뷰] 『어떻게 살 것인가』, 사라 베이크웰

맛있는두유 1 6,992 2012.02.08 10:26

일일일읽's comment :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읽은 적은 없는' 그런 고전을 저자의 삶과 함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그런 류의 책 중에서 이 책은 특별한 위치에 놓일 만합니다. 그만큼 몽테뉴란 인물의 삶과 그의 저서 『에세』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저자의 필체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역사 속의 매력적인 인물을 소개 받고 싶으신 분,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힌트를 얻고 싶으신 분, 사상의 계보에 관심 있으신 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책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대표 이미지 

이 책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필가 중 한 명인 몽테뉴가 견지한 삶의 방식을 그의 저서 『에세』와 그 책을 둘러싼 갖가지 역사적 상황을 통해 포착해낸 결과물이다. 따분하게 이 책을 소개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실제로는 책 제목에서도 보듯이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의문에 대해 몽테뉴가 전하는 삶의 지혜를 나열하는 책으로 볼 수도 있으나, 이마저도 저자가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아닌 듯하다. 이 메시지를 제대로 전해듣기 위해선 저자 본인부터 이 책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리라고 예상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의 첫 페이지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21세기는 자기 자신의 세계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온라인의 바다를 30분만 훑으며 다녀도 자신의 독특한 개성에 반해서 자기에게 관심을 보여달라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을 무수히 만날 수 있다.」

그러니까 무언가 크고 중대한 것에 대한 의견이 아닌, 자기 주변 속 무언가 또는 일상사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술회하는 식의 글쓰기가 오늘날에는 개성을 드러내는 한 방편으로서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지만, 세계 문학사에서 이같은 글쓰기를 처음으로 시도했다고 인정 받은 사람이 몽테뉴였던 것이다. 당시 이런 글쓰기는 매우 파격적이고 놀라운 것이었으며 큰 파문을 일으켰는데, 그때 그랬었다는 사실이 지금 우리에게 마찬가지로 놀랍게 받아들여진다는 게 역사의 재미일게다.

저자는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글쓰기가 제대로 이루어지면 사람이 어떻게 변화해 가고 어느 고지에까지 이를 수 있는지, 그 글쓰기의 원조격인 몽테뉴의 삶과 그의 저서를 통해 제시한다. 이는 그의 저서 『에세』가 젊은 몽테뉴의 생각과 늙은 몽테뉴의 생각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고 혼재되어 있는 작품이라는 특색에서 기인한다. 몽테뉴는 어떤 일관된 의도 하에 늘어놓는 교훈적인 얘기나 설교 없이 그저 순간순간 흘러가는 삶을 따라 마찬가지로 흘러가는 자신의 생각들을 옮겨 적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다음과 같은 말을 듣게 되는 것은 왜일까?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Gustave Flaubert, 1821~1880년)는 어떻게 몽테뉴에 접근해야 할지 궁금해 하는 친구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그 책은 재미를 찾는 어린아이처럼 읽지 마라. 야심 찬 사람처럼 교훈을 얻으려고 하지도 마라. 그 책은 '살기 위해서' 읽어라.」

이러한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말마따나 '살기 위해서' 몽테뉴의 책을 읽으라는 말은 『에세』 속에 드러난 몽테뉴의 삶의 태도가 삶을 제대로 영위하는 것이라고 인정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에세』가 세계 문학사의 금자탑 중 하나가 된 것은 오늘날 에세이 내지 수필이라는 문학을 개척했다는 점도 있지만, 삶에 대한 몽테뉴의 태도가 그 후 긴 역사 속에 수많은 위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몽테뉴의 태도에 매료된 이 책의 저자는 오늘날 자기만의 세계에 차라리 매몰되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사람들에게 삶이란 그속에 매몰될 대상이 아니라 매료되어 관찰하고 지켜볼 대상임을 보여준다.

이 책은 또한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가 이전의 시대와 얼마나 다른지, 그리고 이전의 위인들은 오늘날의 사람들과 또 얼마나 다른지 실감나게 해준다. 그만큼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에 매료되어 살아간다는 몽테뉴의 태도는 역사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켜서 200년간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던 것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 중에 이러한 몽테뉴의 태도에 크게 반발했던 사람이 데카르트와 파스칼이었다. 특히 파스칼은 몽테뉴를 심하게 싫어했는데, 이러한 파스칼을 다시 비판하고 몽테뉴를 옹호하며 등장했던 인물이 볼테르이다. 이렇게 얽히고 설키는 위인사를 저자는 각 위인들의 사상까지 모두 꿰어서 그야말로 흥미진진하게 물흐르듯 읽히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그는 말년에 괄목할 만한 업적을 남기기도 했지만, 그가 공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는 이유로 그를 존경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그는 특수한 상황에서도 정상 상태를 유지하고 자유분방한 생활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존경 받고 있다.」

이 책은 몽테뉴가 처했던 다양한 역사적 상황들과 몽테뉴의 저서에 큰 영향을 받았던 후세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이것들은 이것들 대로 풍성한 읽을거리이긴 하나, 저자가 정말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저명한 학자도 현자도 아니었던 한 사람이 그저 자신의 삶에 매료된 채 자신이 느끼고 경험하는 바에 충실하게 살아감으로써 그 삶이 어떻게 흘러갔으며 또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는가 하는 것이다. 삶을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은 없다. 삶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만이 있을 뿐이다.


출처 : 일일일읽(http://onedayonebook.tistory.com)

Comments

만두하이 2012.02.10 03:22
아, 읽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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