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병률이 들려주는 ‘혼자 이야기’ 『혼자가 혼자에게』
[리뷰] 이병률이 들려주는 ‘혼자 이야기’ 『혼자가 혼자에게』
  • 송석주 기자
  • 승인 2019.10.09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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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아까 그 작품만 해도 그래. 중산층 중년 부부의 쓸쓸함을 말한다고? 가질 거 다 가져도 인생의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게 인생이라고? 그럼 남들이 보기에 가질 거 다 가진 우리 엄마도 쓸쓸함은 있겠네? 그걸 네가 진짜 이해해?” KBS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中

중산층 중년도 아니었고, 남들이 보기에 가질 거 다가지지도 않은 스무 살. 저 대사가 이상하게 사무쳤다. 생각해보니 스무 살에는 그랬던 것 같다. 너무 외로워서 사람들을 만났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구했다. 지금도 거기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스무 살을 거치면서 하나 깨달은 게 있다면, 사람들 속에 있어도 외롭다는 것. 그러니 외로움을 친구처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사실 그땐 혼자 무엇을 하는 게 늘 두려웠다. 혼자 처음 여행을 했을 때 불안하면서도 설렜던 기억. 아버지를 따라 할아버지 산소에 갔을 때, 불현듯 죽음에 관해 생각했던 순간. 몸과 마음을 주었던 사람과도 결국엔 언젠가 헤어지고 말 것이라는 실감. 그 모든 감정들은 스무 살의 시공간을 휘감고 또 휘감았다. 힘들었다. 고개를 자주 숙였다. 스무 살을 견디고 버티면서 혼자를 더욱 아껴주고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살기 위해서.

이병률은 “괜찮아서요”라며 자신의 혼자를 짐짓 괜찮은 척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그렇다. 그의 혼자는 꽤나 운치 있어 보이고, 멋있어 보인다. 운문과 산문을 넘나들며 쓰고 뱉어내는 글마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켜잡는 그의 직업은 ‘혼자’라는 상태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근데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그의 문장들을 읽어내면서 불현듯 작가를 위로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무렵 지도 하나를 샀다. 세계지도였다. 특별한 의도는 없었지만 제일 먼저 지도에서 찾은 건, 두 사람이 살고 있는 먼 나라의 도시였다. 나는 그후로 어느 먼 훗날 그 도시에 간적이 있음에도 애써 그들을 찾아가서 만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것들은 어쩔 수 없는 대로 그만큼의 사랑이었다.<170쪽>

그래. 이 세상엔 어쩔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놓아주어야만 할 때가 있다.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말을 이젠 이해하게 됐다. 전화를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때가 있다는 걸 알았고, 헤어지고 싶어도 계속 손을 잡아야 할 때가 있다는 걸 알았다. 그 사람만 만나면 속절없이 무너진다. 무너지고 또 무너진다. 그것이 오히려 나를 오롯하게 세우는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혼자였을 때 생각하고 깨달았던 것들이다.

지금, 당신의 혼자는 어떠한가? 너무 불안하거나 우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럴 수만 있다면, 조금만 외로웠으면 좋겠다. 그리고 작가의 말처럼 “혼자의 권력”을 거머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땐, 다른 누군가의 혼자도 한 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작가의 문장을 위로해주고 싶었다는 생각처럼. 혼자가 혼자에게. 결국 외로운 작가도(혼자가) 당신에게(혼자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혼자가 혼자에게』
이병률 지음│달 펴냄│316쪽│1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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