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여기에 두테르테 대통령 스스로 암 발병 가능성을 언급해 필리핀 정치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은 지난 3일 월례 국무회의 등 공식 일정을 갑자기 연기하며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두테르테 대통령이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다는 소문이 현지 정가를 중심으로 흘러나왔다.

이에 해리 로케 대통령궁 대변인 등 보좌진은 4일 오전 "대통령의 건강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으며 빡빡한 일정으로 지쳐 쉬었을 뿐"이라며 두테르테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을 일축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같은 날 저녁 육군사관학교 동창회 행사에 참석해 "3주 전 위·대장 내시경을 검사를 받았다. 3일 국무회의에 앞서 그 결과를 본 누군가가 재검사를 권고해 다시 검사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게 암이라면 암이라고 말하겠다"며 "(암) 3기라면 더 이상의 치료는 없다. 이 직책이나 다른 직책을 유지한 채 고통을 연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이 '바렛식도'에 시달리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바렛식도는 만성적인 위산 역류와 식도염으로 식도 점막이 원기둥 모양의 상피로 변한 것을 말한다.

바렛식도 환자의 경우 정상인보다 식도암 발병 위험도가 20~30배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지난 2016년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임기는 2022년까지다.

만약 그의 신변에 문제가 생길 경우 필리핀 헌법에 따라 부통령인 레니 로브레도가 나머지 4년의 대통령직을 맡게 된다.

일각에서는 로브레도 부통령이 두테르테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인물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만약 극단적 상황이 벌어질 경우 필리핀 대통령 승계 과정에서 정치 환경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후 마약, 부패 등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강경책을 펼치며 시민단체 등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는 만큼 필리핀 내 정치 상황이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