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닝 차림 동네 청년? 연봉 850억원 톱스타의 출근 패션

조회수 2023. 6. 2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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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교시는 언어 영역이다. 명사 ‘추리닝’의 뜻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렇게 정의했다. ‘운동이나 야외활동할 때 편하게 입는 옷.’ 제대로 갖춰 쓰면 트레이닝 복일 것이다. 엄연한 영어 스펠링(training)도 가진 옷이다. 그러나 어느 틈에 익숙한 우리말이 됐다.

마찬가지로 일상의 필수품이 됐다. 집안에서 뒹굴뒹굴할 때, 편의점 갈 때, 동네 산책 갈 때…. 없으면 큰일 난다. 춘하추동. 계절별로 한 두 벌은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유명 스타는 뭘 입을까. 돈 많은 사람은 어떻게 입을까. 그런 쓸데없는 걱정/궁금증이다. 하긴 뭐. 추리닝도 얼마든지 고급스러운 게 많다. 멋진 패션이 되는 시대다.

아무리 그래도….

LA 에인절스 트위터 캡처

화제가 된 ‘출근 패션’

MLB.com의 카테고리 중 MLB Life라는 곳이 있다. 그라운드 안팎의 소소한 일상을 전하는 콘텐츠다. 야구장 먹거리, 바블 헤드, 유명 스타의 방문 소식 등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얼마 전 윈터와 닝닝, 카리나도 등장했다. 에스파의 양키 스타디움 시구 때였다.

요즘 들어 이곳 SNS의 인기 게시물이 있다. 오타니 쇼헤이의 ‘출근 패션’이다. 어쩌면 K컬처의 영향인지 모른다. 우리의 ‘공항 패션’과 비슷한 컨셉트다. 그의 야구장 도착 모습을 2~4컷짜리 사진 모음으로 올린다.

최근 것은 24일(한국시간) 게시물이다. 콜로라도에서 찍힌 사진이다. 버스에서 내려서 야구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올 블랙으로 휘감았다. 검은색 모자를 뒤로 쓰고, 스폰서 업체인 BOSS 추리닝 후드티를 입었다. 바지도 깔맞춤이다.

여기에 백팩과 손에 든 하드 케이스까지 블랙으로 통일했다. “도대체 저 안에는 뭐가 들었을까?” 오래된 팬들의 궁금증이다. 에인절스 홍보팀이 센스 있게 응답한다. “우리의 사랑과 상냥함이 가득하죠.”

그러나 포인트는 따로 있다. 올 블랙 코드의 예외다. 모든 검은색을 뚫고 나온다. 신발(운동화)이다. 흰색 바탕에 예리한 퍼플(보라색)이 나 홀로 빛을 발한다. 올해 새로 계약한 브랜드 뉴발란스의 제품이다. 역시 공항/출근 패션의 궁극은 잘 짜여진 PPL이다.

이용자들도 여기에 주목한다. ‘아직 시판되지 않는 제품인데’ ‘역시 그가 신으니 멋지군’ ‘장바구니에 담아 놔야지’ 등등이다. 이 정도면 모델 역할은 충분히 하는 셈이다. 요즘도 출근 때마다 같은 신발을 노출시키는 중이다.

작년까지는 일본 용품사(A사)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이곳 본사에는 오타니 코너가 따로 마련될 만큼 큰 고객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교체됐다. 글로벌 스타답게 미국 회사와 손잡았다. 글러브에도 뉴발란스 로고를 새기고 활동 중이다.

MLB Life 트위터 캡처

편한 추리닝 차림에 ‘자다가 깨서 나온 거야?’

물론 오늘 얘기는 그게 아니다. <…구라다>가 패션이나 스폰서, PPL 같은 단어들과 친할 리 없지 않은가. 다만 그의 수수함, 그리고 소박함 또는 소탈함에 대한 짧은 생각을 나누고자 할 뿐이다.

2주 전이다. 텍사스 출장 때였다. 역시 그의 출근길이 렌즈에 담겼다. 예의 발매 예정인 스폰서 브랜드의 운동화를 신은 상태다. 다른 패션은 거의 비슷하다. 뒤로 쓴 야구 모자. 검은색 백팩과 헤드셋.

다만 이날은 회색 추리닝 차림이다. 다른 날보다 유난히 편안한 모습이다. 우리가 동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스타일이다. 자연스러운 구김도 있는 것 같고, 바지 무릎도 나온 듯? 만 듯? 보기에 따라서 약간은 그런 상태다. 그야말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 단어 ‘추리닝’의 의미에 부합하는 패션이다.

하긴. <…구라다>만의 느낌일지 모른다. 우월한 그의 비율이 모든 것을 압도한다. ‘패완얼’은 진리다. 댓글도 당연히 우호적이다. ‘귀엽다’ ‘멋지다’ ‘핫하다’ 같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의 출근 패션에는 그런 반응도 있다. 일종의 자연스러움에 대한 표현들이다. ‘자다가 깨서 나온 것?’ ‘졸려 보이는데’ ‘가끔 잠결에 눈 뜨고 걷는 일도 있대요’ 등등이다.

MLB Life 트위터 캡처

기껏 지른 게 1만 4000원짜리 셔츠

초, 중학교 때의 기억이다.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면이 있었다. 옷맵시가 형편없던 탓이다. 단짝 친구의 얘기다. “쇼헤이는 옷 입는 게 참 어설펐어요. 소매나 바지가 늘 껑충했어요. 워낙 키가 빨리 커서 그랬는지도 모르죠. 그래도 별로 신경 안 써요. 사춘기 민감한 나이 때도 아무렇지 않게 다니더라구요. 자기 엄마 옷을 빌려 입고 나온 적도 많아요.”

프로가 돼서도 마찬가지다. 계약금 1억 5000만엔(13억 7000만 원)은 부모님이 은행에 입금시켰다. 가장 큰 지출은 양복 한 벌이었다. 원정 경기 다닐 때 입어야 하는 정장이다. 그리고 매달 10만 엔(91만 원)씩 용돈을 받았다. 그나마도 대부분 남겨 저축을 늘렸다. 숙소 생활을 하니 돈 쓸데가 없다는 이유였다.

차? 미국 갈 때까지 운전면허도 없었다. 옷은 구단에서 주는 추리닝이면 충분했다.

신인 때 일화가 유명하다. 어느 신문사와 인터뷰가 잡혔다. 사진도 찍어야 하니 신경 좀 쓰라는 구단 홍보팀의 당부였다. 아껴 둔 용돈을 털었다. 큰맘 먹고 예쁜 옷 한 벌을 질렀다. 다음 날 기사가 나왔다. 그 모습에 팬들이 화들짝 놀란다. ‘도대체 뭘 입고 나온 거야.’ 누군가 온라인 쇼핑몰을 뒤졌다. 가격에 다시 한번 혀를 끌끌 찬다. 세금 포함해 1575엔(1만4000원)짜리였다.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된 1575엔짜리 셔츠 니혼햄 파이터즈 팬카페

입금만 쌓이고 인출 내역은 없는(?) 통장

포브스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메이저리거 중 소득 랭킹 1위는 단연 쇼타임이다. 연봉 3000만 달러에 광고 계약 등으로 3500만 달러의 추가 수입을 얻는다. 합계 6500만 달러(약 850억 원) 정도인 셈이다.

꼭 톱 클래스가 아니라도 그렇다. 웬만한 레벨에 오르면 출근길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배기음이 빵빵 터지는 슈퍼카는 당연하다. 고가의 시계와 번쩍이는 액세서리는 기본이다. 옷과 신발까지 온통 명품이라도 이상할 게 전혀 없다.

하지만 현역 최고 스타에게는 남의 일이다. 대중적인 전기차면 충분하다. 사는 집도 자가가 아니다. 중상류층 커뮤니티에 5000달러(650만 원)짜리 월셋집에 거주한다. 비슷한 수준의 스타들 주거비의 1/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나마도 안전과 쾌적함을 고려한 최소한의 투자였다.

가족들도 그렇다. 아버지는 사회인 야구팀을 가르치는 게 일이다. 어머니는 여전히 파트 타임 잡을 뛴다. 형과 누나도 대출로 내 집 마련하고, 각자 생활을 해결한다. 부모가 관리하는 막내아들의 통장은 입금만 쌓이고, 인출 내역은 없는 계좌라는 소문도 돈다. 믿거나 말거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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