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엽총난사 범인 제압한 박종훈씨 "섬뜩했다"

김진호 2018. 8. 2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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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공포탄을 쏴 위협하는 줄로 알았어요. 옆을 보니 조금전까지 보이던 손계장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그러더니 총구가 옆사람을 향하는 겁니다. 아차 싶었어요."

지난 21일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에서 발생한 엽총난사 사건 때 한 주민이 위험을 무릅쓰고 범인을 제압해 또다른 피해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위험을 무릅쓰고 범인을 제압한 박씨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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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보러 면사무소 방문했다가 범행 현장 목격
"총소리 들려 돌아보니 손계장이 보이지 않아"
"제압하지 않으면 저까지 무슨일 일어날 것 같아"
경찰, 박씨에게 '용감한 시민상' 수여 방침
【봉화=뉴시스】김진호 기자 =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뻔 했던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의 엽총난사 사건이 위험을 무릅쓰고 범인을 제압한 주민 박종훈(53·사진)씨에 의해 제지됐다. 2018.08.22 kjh9326@newsis.com

【봉화=뉴시스】김진호 기자 = "처음에는 공포탄을 쏴 위협하는 줄로 알았어요. 옆을 보니 조금전까지 보이던 손계장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그러더니 총구가 옆사람을 향하는 겁니다. 아차 싶었어요."

지난 21일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에서 발생한 엽총난사 사건 때 한 주민이 위험을 무릅쓰고 범인을 제압해 또다른 피해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일에 종사하는 박종훈(53)씨는 소천면 경로당 보수작업과 관련된 견적 때문에 사건 당일인 21일 오전 9시께 현장을 답사한 뒤 이를 상의하기 위해 10여분 뒤 소천면사무소를 찾았다.

면사무소 안은 평소와는 달리 직원이 적었다. 박씨는 휴가철인데다 출장직원까지 있어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했다.

"정문으로 들어가 오른쪽 끝에 손건호(48·민원담당 행정6급) 계장이 일을 보고 있더라구요. 평소 안면이 있어요. 일부터 본 뒤 나가면서 인사나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씨는 왼쪽에 있는 복지계 쪽으로 가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 때 손계장 쪽에서 '퍽' 소리가 났다.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니 한 낮선 남성이 총을 들고 있었다. 손계장은 보이지 않았다. 총에 맞아 바닥에 쓰러졌기 때문이다.

범인은 또다시 총구를 옆으로 돌려 다른 직원을 저격하려는 순간이었다.

【봉화=뉴시스】김진호 기자 = 범인이 사용한 엽총. 2018.08.23 kjh9326@newsis.com


"섬뜩했습니다. 공포탄으로 위협만 하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당장 총을 빼앗지 않으면 저까지 어떻게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조건 달려들었습니다."

범인을 향해 달려든 순간 한 발이 발사돼 직원이 맞고 쓰러졌다. 박씨는 재빨리 양손으로 총열을 움켜쥐었다.

그 과정에 또다시 두 발이 발사됐다. 자칫 박씨가 맞을뻔 했지만 다행히 빗나가 유리창을 관통했다.

총을 빼앗아 멀리 던졌지만 생각보다 범인의 저항이 심했다. 직원들을 향해 '빨리 와서 잡으라'고 소리쳤다. 곁에 있던 직원 1명이 달려와 함께 범인을 넘어뜨렸다.

그 때 '손에 칼이 있어요'라는 긴박한 외침이 들렸다. 범인이 바지 속에 감추고 있던 10㎝ 길이의 칼을 뽑아든 것이다.

박씨는 범인의 칼을 빼앗아 멀리 던진 뒤 그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119와 경찰에 빨리 신고해 달라고 소리쳤다.

【봉화=뉴시스】김진호 기자 = 경북 봉화군 소천면사무소 유리창에 범인 김모(77)씨가 쏜 엽총 탄환이 관통해 깨져있다. 2018.08.23 kjh9326@newsis.com

"바닥에 쓰러져 제압된 범인은 '나는 죽어야 한다'고 말하더라구요. 제가 직원들을 향해 '왜 빨리 경찰이 안오느냐'라고 소리치니까 '파출소에서는 못 올 것이다. 올려면 봉화경찰서에서 와야지'라고 하더라구요. 아마도 암자에서 사고를 저질러 놓고 와서 경찰과 119가 그쪽으로 간 것을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박씨는 키 175㎝, 몸무게 108㎏으로 건장한 체격이다. 주위에서는 평소 박씨를 등치에 비해 행동이 민첩하고 빠르다고 평가했다.

경찰은 위험을 무릅쓰고 범인을 제압한 박씨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범인 김모(77)씨가 면사무소에서 근무 중이던 직원들에게 엽총을 발사해 손 계장과 이수현(38·민원담당 행정8급)씨가 숨졌다.

앞서 김씨는 이날 오전 9시 13분께 면사무소에서 3.8㎞ 떨어진 암자에서도 주민 임모(48·스님)씨를 저격해 임씨가 어깨에 부상을 입었다.

kjh932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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