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다된 밥' 인도에 3조 무기 수출..러시아 막판 훼방작전
한화·LIG, 러시아 꺾고 단수 후보
러시아, 정부 차원서 재평가 압박
한국, 정부 관계자 인도 급파 검토
한국 정부가 인도를 상대로 추진하는 3조원짜리 대공무기 수출사업에 러시아가 제동을 걸었다. 인도가 한국 업체의 손을 들어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러시아 정부가 항의 서한까지 보내며 강경 반발했다. 한국도 러시아의 방해작전을 뛰어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대응에 나섰다.
단수 선택을 받은 비호 복합은 올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최종 계약 등을 거친다. 계약이 최종 확정되면 무기 인도 시점은 2020년께로 예상됐다. 인도는 파키스탄과의 국경 지역 5개 육군 여단에 해당 방어체계를 배치하기 위해 2013년 입찰공고를 낸 뒤 2015년 기술평가 결과 발표, 2017년 시험평가 등의 절차를 밟아 왔다. 이 기간 한국 방산업계는 내수에서 수출 중심 구조로 방향전환을 설정하고 인도 시장 개척에 공을 들였다. 비호 복합 104대, 탄약운반차량 97대, 지휘용 차량 39대, 미사일과 탄환 각 4928발과 17만2260발 등으로 구성된 이 사업은 2조5000억원에서 3조원 사이로 추산된다.
그러나 러시아가 인도 정부를 압박하면서 최종 계약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부 소식통은 “복합 방어체계 무기 종주국을 자처한 러시아에 이번 탈락은 큰 충격이었을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훼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1980년대 냉전 시대부터 복합 방어체계 무기 개발에 집중해 퉁구스카 및 그 개량형인 판치르 시스템을 실전 배치했다.
러시아는 물밑에서도 인도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인도가 러시아산 무기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노려 향후 방산협력에 차질을 경고하는 방식이다. 인도는 2013~2017년 전체 무기 수입의 62%를 러시아에 의존했다. 러시아 전체 무기 수출의 35%를 차지하는 수치다. 인도는 지난해 10월 ‘러시아판 사드’로 불리는 S-400 방공미사일을 약 6조1300억원에 도입하는 계약도 맺었다. 같은 달에는 또 약 1조800억원 규모의 구축함 도입 계약도 체결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산 무기를 상당수 배치한 인도로서는 이들 장비를 유지하는 데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런 점을 들어 인도 정부 내 친러 세력이 원점 재검토 주장을 거들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안심할 수 없게 되자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최근 인도 국방부에 원활한 협상을 주문하는 서한을 보냈다. 정부 관계자가 인도를 직접 찾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인도 전문가인 조충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인도가 2000년 이후 방산 분야에서 러시아 쏠림 현상을 조금씩 극복하려는 건 한국에 그나마 다행”이라며 “인도가 추구하는 시장 다변화 전략에 맞춘 양국 방산 협력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주이탈리아 北대사 잠적..서방국가 망명 타진"
- "1000만원 제3녹취 있다..우윤근 취업사기 고소할것"
- 이재갑 "노동계 목소리 반영하려다 일자리 수 놓쳤다"
- '특검팀 넘버3' 한국계 지니 리 손에 달린 트럼프 운명
- 1년만에 3억 오르는 공시가..강북도 '보유세 쇼크'
- '비닐봉지 금지' 동네마트.."손님들 면전서 싫어해"
- 김상조 "韓경제 외환위기 수준 아냐..지켜봐 달라"
- 美 천재과학자 또 인종차별 "백인이 흑인보다 우월"
- 측근 노영민이 1순위..차기 대통령 비서실장 조건
- 산업혁명 500년전 英보다 잘 살았던 송나라 왜 망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