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중국도피 자금 5억원만 사용…뇌물 전달 절반만 관여" 주장

강씨 유·불리 따져 선별대응…검찰 공범상대 확인 수사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횡령한 165억원 중 5억원만 내가 사용했다. 나머지 돈 대부분은 조희팔이 썼다"

사기·횡령 등 혐의로 지난 18일 구속된 조희팔 조직 2인자 강태용(54)이 주요 범죄사실 일부를 완강히 부인하며 검찰 수사에 선별 대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압송 직후 기존에 많이 알려진 조희팔 일당 수 조원대 금융다단계 유사수신 혐의는 곧바로 인정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실체가 덜 밝혀진 각종 범죄 공모에 대한 책임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조희팔에게 떠넘기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 "강태용이 향후 자신에게 미칠 유·불리함을 따져 검찰 수사에 대응하는 전략을 미리 세워 놓은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은 강씨가 2007년 10월∼2008년 10월 조희팔 등과 공모해 유사수신 법인에 보관하던 165억원을 도피자금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횡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씨는 검찰 조사와 영장실질심사에서 이중 5억원 정도만 자신의 중국 도피 자금 등에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160억원에 대해선 "조희팔이 알아서 사용했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또 2007년 8월 조희팔 사건 수사를 담당한 정모(40·구속) 전 경사에게 2차례에 걸쳐 1억원을 건넸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5천만원을 준 것은 기억하지만, 나머지 5천만원은 모르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금까지 드러난 여러 정황상 강씨의 이 같은 진술들은 신빙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오히려 강태용이 가족, 지인 등을 통해 돈세탁 과정을 거쳐 은닉한 범죄 수익금 등이 기존에 밝혀진 것보다 상당 부분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강태용은 2008년 말 국내 수사망을 피해 중국으로 달아난 뒤 현지에서 조희팔과 함께 골프·향응 등을 즐기며 '황제 도피행각'을 벌였다.

또 지난 10월 10일 강태용이 중국 공안에 붙잡힌 지 10일 만에 대구 동구 한 사무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희팔 조카 유모(46)씨도 생전 지인들에게 "중국으로 달아난 강태용과 수시로 접촉했으며 만날 때마다 수 천만원씩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강태용 부인도 남편이 중국으로 도피한 후 범죄수익금 20억원 상당을 양도성예금증서(CD) 형태로 보관한 사실이 탄로 나 수배를 받고 있다. 강씨는 중국 도피 기간 현지에서 가족들과 1∼2차례 직접 만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검찰은 강태용이 각종 증거를 앞에 두고도 일부 사실을 부인함에 따라 조희팔 사건 공범들을 상대로 한 추가 확인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검찰이 지난해 7월 조희팔 사건 재수사에 착수한 후 지금까지 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 징역형을 선고받거나 재판을 기다리는 인물 등은 총 28명이다.

전국조희팔피해자채권단으로 활동하며 조희팔 은닉재산을 빼돌린 11명과 조씨 일당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전직 검찰 서기관·경찰관, 범죄수익 은닉에 가담한 조씨 아들·내연녀 등이다. 조희팔 사기극 설계자이자 강태용 매제인 배상혁(44) 등도 포함됐다.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5명을 뺀 나머지 대부분은 대구구치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강씨의 추가 진술을 이끌어 낼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검찰 관계자는 "대질 신문 등을 통해 강태용 추가 범죄 및 은닉자금 규모, 정관례 로비 등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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