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할 수 없다, 귀국하지 마라”...혹독한 겨울 대비 나선 우크라이나
러 공격으로 40% 손상된 전력 등 기반시설 부족에
푸틴이 헤르손 지역 주요 수력발전소 폭파 우려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첫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내 전력 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시민들이 겨울철을 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에너지난을 이유로 외국에 있는 자국 난민에게 내년 봄까지 귀국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상황이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25일(현지시간) 국영 TV 연설에서 외국에서 거주 중인 자국 난민들이 귀국하려면 내년 봄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올겨울 돌아온다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이미 위태로운 전력 시설이 버티지 못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그는 “(난민들은) 가능하다면 당분간 외국에서 머물면서 내년 봄까지 귀환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 돌아오는 것은 자신과 자녀 그리고 힘없는 친척들까지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라 말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로 약 770만명이 유럽 전역으로 피란을 간 것으로 추정한다. 우크라이나 인구 4400만명 중 약 20%가 유럽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러시아군은 지난 8일 크름대교(케르치해협 대교) 폭발사건 이후로 우크라이나 내 전력·수도 등 기반시설을 겨냥한 보복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러시아군이 공격한 전력 시설은 약 300개로, 우크라이나 전력 체계의 40%가 심각하게 손상됐다. 지난 22일 우크라이나 전역에선 100만 가구 이상이 정전사태를 겪었으며, 헤르만 할루센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은 국민에게 전력 사용을 최소 20%씩 줄여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에선 러시아군이 남부 헤르손 지역의 주요 수력발전소를 폭파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재 러시아 점령지인 헤르손을 우크라이나에 빼앗길 경우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상류에 있는 댐을 폭파해 도시를 물바다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1일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헤르손 카호우카 댐에 지뢰를 매설하고 폭파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군이 카호우카 댐을 파괴하면 자포리자 원전 냉각수가 부족해지고, 수십만명이 홍수 피해를 입을 것”이라 경고했다. 이에 러시아 헤르손 점령 당국은 오히려 우크라이나군이 카호우카 댐을 미사일로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댐이 파괴되면 우크라이나가 책임을 뒤집어씌우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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