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수위 '피의 숙청', 워싱턴 정가에 일파만파

오애리 2016. 11. 1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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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나란히 앉아있다. 대선 유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사이가 매우 나빴다. 2016.11.11

【서울=뉴시스】오애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안보 정책을 자문해온 마이크 로저스 전 하원 정보위원장의 갑작스런 정권인수위 퇴진이 워싱턴 정가에 큰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특히 외교,안보, 정보 분야에서는 로저스의 퇴출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저스가 공화당 내의 초당적, 온건적 보수 세력을 상징해왔다는 점에서 그의 퇴출에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로저스는 연방수사국(FBI) 및 하원의원 출신으로, 하원의원 재직시 하원 정보위원회를 이끌며 외교,안보, 정보 분야의 전문가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트럼프 인수위 사정에 정통한 한 전직 관료는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로저스를 비롯한 몇몇 인사들의 사퇴에 대해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 연관된 사람들이 숙청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 역시 정권인수위원장 직을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에게 물려주고 부위원장으로 내려앉았다.정가에서는 크리스티가 사실상 퇴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로저스는 사실 크리스티와 막역한 사이까지는 아니다. 다만 크리스티의 보좌관 역할로 트럼프 팀에 합류했다는 인연이 있다.

공화당 주류 진영에서는 로저스의 퇴출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엘리엇 코언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고문으로 활동했던 코언은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인수위의 개편 이후 마음을 바꿨다"며 "(국익을 위해 트럼프 정부에 참여하자는) 나의 권고를 바꾼다. (트럼프 정부와) 멀리하라"고 밝혔다. 코언은 트럼프의 경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자 공화당 안보전문가 122명의 서명을 받아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을 공개 비판하는 서한을 발표했던 사람이다.

앞서 코언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인수위에 들어간 막역한 친구가 자신에게 새 정부의 안보 분야에서 일할 사람들을 천거해달라고 요청해 몇몇 인물들을 추천한 적이 있는데, 그 친구가 자신에 보낸 답장 이메일 내용이 "아주 이상하고 매우 충격적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이메일 내용은 '교묘하게 새 정부의 환심을 사려는 너희들 모두 끝났다'식의 비판이었다"면서 "그걸 보면서 그들(트럼프 측)은 정부 직책을 착한 소년소녀들에게 나눠주는 롤리팝 사탕 쯤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WP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내셔스는 15일 로저스의 인수위 퇴출에 대해, 트럼프 정부의 정책 아젠다 설정에 있어 "공화당과 트럼프의 개인적 정치동지들 간의 내분이 계속되고 있음 보여주는 걱정스런 신호"로 지적했다.

이그내셔스에 따르면 로저스는 지난 주말 인수위 본부장인 릭 디어본으로부터 트럼프 국가안보 고문단에서 배제될 것이란 통보를 받았다. 또 로저스 후임에 데빈 눈스 하원의원이 임명됐다는 말도 들었다. 눈스는 지난 2014년 로저스가 하원의원직에서 물러난 이후 하원 정보위 위원장 직을 물려받았던 인물로, 로저스보다 훨씬 더 파당적인 위원장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로저스는 하원 정보위 위원장 당시에 힐러리 클린턴이 2012년 벵가지 사태 때 국무장관으로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내용의 초당적 보고서를 채택해 공화당 강경파들의 분노를 산 바 있다.

따라서 로저스의 퇴출과 눈스의 참여는 인수위 내부에서 초당적 온건파 세력이 밀려나고 강경파가 주도권을 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그내셔스는 분석했다. 또 다른 모든 분야들과 마찬가지로 정보 분야 역시 트럼프 차기 정부의 향후 정책이나 인선에 대해 전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aer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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