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살 유능한 CEO..알고 보니 깜짝 놀랄 사기꾼

구유나 기자 2015. 12. 19.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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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17일(현지시간) 전직 헤지펀드 매니저인 마틴 쉬크렐리가 미국 뉴욕에서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 의해 연행되고 있다. 현재 한 제약회사 CEO(최고경영자)인 쉬크렐리는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증권사기 혐의로 기소됐다.<br><br>뉴욕(미국)=AP

미국 뉴욕의 영재고등학교를 중퇴한 뒤 헤지펀드업계를 누비다 제약회사 CEO(최고경영자) 자리에까지 오른 32살 청년의 입지전적인 성공이 결국 대사기극으로 끝났다.

마틴 쉬크렐리 칼로바이오스 CEO는 17일(현지시간) 오전 6시경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체포됐다 500만달러(약 59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쉬크렐리는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증권사기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쉬크렐리는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투자 정보를 제공해 부당이익을 취하고 자신이 CEO로 있는 회사의 주식을 불법 취득해 자신이 운용하다 파산한 헤지펀드 투자자들에게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쉬크렐리는 촉망받는 젊은이었다. 그는 졸업을 1년 앞두고 미국 뉴욕의 명문 헌터컬리지를 중퇴하고 일찌감치 헤지펀드회사 ‘크레이머, 베르코비츠&컴퍼니’에 인턴으로 입사했다. 23살 때인 2006년에는 회사를 나와 헤지펀드 ‘엘레아 캐피탈’을 창업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1년만에 투자받은 자금을 모두 날리고 문을 닫았다. 당시 그에게 남은 건 전담 증권중개사였던 리먼브라더스가 피해액 일부를 변제받기 위해 제출한 고소장뿐이었다.

하지만 쉬크렐리는 첫 창업의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2009년에 동업자와 함께 ‘MSMB 캐피탈’을 창업했다. 문제는 이 회사가 시작부터 ‘사기’였다는 점이다. 기소문에 따르면 당시 쉬크렐리는 운용자산이 700달러에 불과했으나 35만달러의 자금을 굴린다는 거짓말로 투자자들을 유치했다. ‘엘레아 캐피탈’을 창업했다 투자금을 모두 잃었다는 사실과 이 때문에 리먼브러더스의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을 숨겼다.

쉬크렐리는 ‘MSMB 캐피탈’을 운영하면서 주목할 만한 투자자로 떠올랐으나 실상은 처참했다. 2011년 2월에 그의 펀드는 제약회사 주식 1100만주를 공매도했다 청산하지 못해 결국 메릴린치가 700만달러의 손실 상태에서 공매도 포지션을 정리했다. ‘MSMB 캐피탈’은 다른 투자에서도 100만달러의 손실을 입어 펀드 자산이 당초 110만달러에서 5만8500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막대한 손실에도 그는 투자자들에게 펀드가 수익을 내고 있다고 허위 보고했다.

이후 투자자들을 계속 속이기 위해 본격적인 ‘폰지 사기극’이 시작됐다. ‘폰지 사기’란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뜻한다. 쉬크렐리는 13명의 투자자들로부터 500만달러의 자금을 투자받아 ‘MSMB 헬스케어’라는 새 펀드를 출시하고 이 펀드를 이용해 2011년에 제약회사 ‘레트로핀’을 창업했다.

쉬크렐리는 ‘레트로핀’에서 1100만달러 가량을 빼돌려 ‘MSMB 캐피탈’의 투자자금 등을 갚았다. 로버트 케이퍼스 미국 연방검사는 쉬크렐리가 ‘레트로핀’을 “개인 용도의 돼지 저금통”으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레트로핀에 대한 회계감사에서 자금 유용 의혹이 제기됐고 레트로핀 이사회는 2014년에 쉬크렐리를 CEO직에서 퇴출시키고 법원에 고소했다.

쉬크렐리의 문제 행동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레트로핀에서 쫓겨나자 지난해 9월에 또다시 제약사 튜링을 창업하고 암과 에이즈 치료제로 사용되는 ‘다라프림’의 특허권을 인수해 1알당 가격을 기존 13.50달러에서 750달러로 55배 인상했다. 당시 이같은 가격 폭등은 전국적인 비난을 초래했다. 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이를 문제 삼아 약값을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기도 했다. 한편, 쉬크렐리는 제약회사 칼로바이오스 주식을 인수해 이 회사의 대주주로도 있다.

구유나 기자 yuna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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