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 인수" 디즈니가 진짜 노린 건 훌루?
[경향신문] ㆍ안정적 동영상 플랫폼 확보…어린이 콘텐츠 등 앞세워 넷플릭스 따라잡기 나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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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디즈니는 21세기 폭스가 아니라 훌루를 산 것이다.’
디즈니가 지난 14일(현지시간) 524억달러(약 57조원)라는 거액을 들여 21세기 폭스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미국 언론들이 내놓은 평가다. 디즈니 입장에서는 21세기 폭스사가 보유한 방대한 콘텐츠도 매력적이지만 최근 부상한 미디어 플랫폼인 동영상 스트리밍을 손에 넣는 게 더 시급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와 3위인 훌루 간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즈니와 21세기 폭스는 훌루 지분을 30%씩 가지고 있었다. 이번 계약으로 디즈니가 21세기 폭스의 영화·방송사업 부문 자산 대부분을 사들이면서 디즈니의 훌루 지분율은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디즈니가 훌루에 대한 더욱 안정적인 지배력을 바탕으로 넷플릭스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8월 디즈니는 2019년을 목표로 자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면서 넷플릭스에 대한 영화 배급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훌루는 지난 9월 자체 제작 드라마 <시녀 이야기>로 넷플릭스의 작품들을 제치고 TV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에미상 드라마 시리즈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훌루 지분 30%를 보유한 미국 최대 방송·케이블채널 기업 컴캐스트는 계열사 NBC의 히트 TV시리즈 <디스 이즈 어스> <서티 록> 등을 훌루에만 제공하며 힘을 실어줬다. <앨리 맥빌> <패밀리 가이> 등 21세기 폭스의 인기 드라마와 TV쇼들은 지난달부터 넷플릭스에서 자취를 감췄다.
훌루가 디즈니가 독점 제공하는 작품들을 앞세워 어린이용 콘텐츠 시장의 강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자사 어린이용 콘텐츠를 본 미국 시청자 수는 지난해보다 13% 늘었고,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시청자 수는 61% 급증했다.
디즈니는 안정적인 스트리밍 플랫폼을 확보하면서 시청자 성향에 따른 맞춤형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 훌루를 통해 애니메이션, 스포츠 중계 등 넷플릭스가 취약한 분야에 집중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즈니가 자체 제작한 유아용 콘텐츠는 디즈니 브랜드를 내건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소화하고, 훌루는 성인 대상 콘텐츠에 집중하게 하는 등 연령대별로 다른 콘텐츠 전략을 구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이 결국은 자체 제작 콘텐츠 경쟁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넷플릭스와 훌루는 5년 전부터 직접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프로그램 제작비 투자도 늘려왔다.
넷플릭스는 올해 자체 콘텐츠 제작에 60억달러를 쏟아부었고, 내년에는 최대 80억달러까지 늘릴 계획이다. 넷플릭스는 한국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의 프로듀서 숀다 라임스, CBS <레이트 쇼> 진행자 데이비드 레터맨 등 거물 영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즈니의 기대대로 넷플릭스와 훌루가 양강 구도를 펼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컴캐스트는 훌루에 콘텐츠를 제공하며 지분을 30% 보유하고 있다. 투자은행 BTIG 연구원 리치 그린필드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컴캐스트가 자신들의 자산을 디즈니가 망치도록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즈니가 넷플릭스의 압도적 점유율을 빼앗아 오기는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내 이용자 수는 넷플릭스 1억2800만명, 훌루 3470만명으로 격차가 크다. 훌루가 현재 2위인 아마존비디오의 8530만명을 따라잡기도 벅차다. 넷플릭스가 이미 방대한 콘텐츠를 확보했고 뛰어난 자체 제작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어 넷플릭스의 아성이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효재·최민지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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