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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왕 쓴소리 들은 美부통령, 환대받으며 이스라엘 입성(종합)

송고시간2018-01-2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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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라 국왕 "美 예루살렘 선언 걱정"…강력 비판은 자제

펜스 "서로 의견 차이 인정"…팔레스타인 수반은 회동거절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한상용 기자 = 중동을 방문 중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역내 동맹국 요르단의 압둘라 국왕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한 데 대한 날 선 반응과 마주했다.

그러나 압둘라 국왕은 펜스 부통령에게 강력한 수준의 불만을 제기하기보다는 쓴소리 수준의 목소리를 내는 등 비교적 온건한 비판적 태도를 내비쳤다. 이는 미국의 원조를 받는 처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와 요르단에서 미국의 입장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을 펜스 부통령은 이스라엘에서는 예상대로 국빈급 환대를 받으며 중동 방문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펜스 부통령을 만난 압둘라 국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독자적인 국가로 공존하는 2국가 해법을 위해 미국 정부가 "믿음과 신뢰"를 재구축할 것을 촉구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사진 유린하는 팔레스타인 시위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사진 유린하는 팔레스타인 시위대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권리를 주장하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을 이전하겠다는 이른바 '예루살렘 선언'으로 중동 일대를 혼란으로 몰아넣었다.

예루살렘 선언 이후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에서는 격렬한 항의 시위가 잇따랐고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지원금 6천500만달러(약 692억원)를 삭감해 갈등에 기름을 끼얹었다.

압둘라 국왕은 "지난해 미 정부 관계자들과의 회담에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에 관한 포괄적인 합의의 결과가 아닌 예루살렘에 관한 미국의 결정에 대해 지속해서 우려를 표시했었다"며 자신의 의사를 무시한 미국에 에둘러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동예루살렘이 장차 팔레스타인 국가의 수도가 돼야 한다는 견해를 강조하면서 팔레스타인과 "안전하고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이스라엘이 함께하는 2국가 해법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압둘라 국왕은 "우리는 이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이 손을 내밀어 올바른 길을 찾아가기를 바란다"며 "당신(펜스 부통령)의 방문이 믿음과 신뢰를 재건하기 위한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슬람 창시자 모하마드의 후손인 요르단 왕실은 유대교, 이슬람 성지이기도 한 예루살렘의 수호자로 인식되고 있어 미국의 일방적인 예루살렘 선언으로 위상에 타격을 입었다.

다만 압둘라 국왕은 펜스 부통령과 회동 도중 강도 높은 비판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고 둘이 웃으며 대화를 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압둘라 국왕은 펜스 부통령과의 직접 회동 자리가 아닌 그 직전에 기자들에게 "동예루살렘을 독립국인 팔레스타인의 수도"로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외관상으론 '예루살렘 선언'을 한 미국 행정부를 공개 비판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그 비판 수위를 조절한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요르단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중동 정책에 맞서야한다는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지만 그렇게 할 경우 요르단 정부로서는 미묘한 입장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요르단은 1950년대 이후 미국으로부터 150억 달러 이상의 경제·군사 원조를 받아 왔다.

요르단 압둘라 국왕-펜스 미 부통령 회담
요르단 압둘라 국왕-펜스 미 부통령 회담

[AFP=연합뉴스]

펜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예루살렘 선언이 "역사적인" 결정이었다고 말하면서도 예루살렘에 관해 요르단이 담당하는 역할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양측이 동의할 경우 여전히 2국가 해법을 지지한다"며 "우리는 평화 절차를 재개하는 데 헌신하고 있으며 요르단은 지금도 그렇고 과거에도 언제나 역내 평화를 도모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왔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 대해 펜스 부통령은 "매우 솔직하지만 우호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종종 의견이 충돌하기도 한다. 예루살렘 선언과 관련해 서로의 의견 차이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집트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예루살렘 선언에 관한 불만 섞인 지적을 받았던 펜스 부통령은 그러나 중동 방문의 마지막 행선지인 이스라엘에서는 융숭한 대접을 받을 전망이다.

요르단을 떠나 이날 늦게 이스라엘에 도착한 펜스 부통령은 방문 기간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을 면담하고 이스라엘 의회인 크네세트에서 연설하며 '통곡의 벽'과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추모관도 찾을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에 미국이 사실상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펜스 부통령의 방문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정반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펜스 부통령과의 회담을 거부했다.

이스라엘 도착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부부[AP=연합뉴스]
이스라엘 도착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부부[AP=연합뉴스]

펜스 부통령이 도착한 이 날 밤 팔레스타인의 베들레헴에서는 그의 방문에 반대하는 소규모 시위가 펼쳐졌고 이스라엘 의회의 아랍계 의원 아이만 오데를 포함한 의원 13명은 펜스 부통령의 의회 연설 중 퇴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오데는 WP에 "이 나라 사람 일부는 그(펜스 부통령)를 환영하지 않는다고 그에게 말하고 싶어한다. 우리는 평화와 이스라엘 옆에 있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아랍계 의원들이 펜스 부통령의 연설을 보이콧하려는 계획에 대해 "수치스럽다"고 비판하고 "우리는 긍지를 갖고 따뜻하게 그(펜스 부통령)를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르단 국왕, 펜스와 회동…"美 예루살렘 선언, 바른길 가라"
요르단 국왕, 펜스와 회동…"美 예루살렘 선언, 바른길 가라"

(암만 AP=연합뉴스) 중동을 방문 중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왼쪽)이 21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만나고 있다. 압둘라 국왕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한 것과 관련, "우리는 이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이 손을 내밀어 올바른 길을 찾아가기를 바란다"며 "당신(펜스 부통령)의 방문이 믿음과 신뢰를 재건하기 위한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l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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