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조폭 소탕작전, 한달만에 1만명 검거했지만..

김상진 2018. 3. 1. 16: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5년간 '반부패' 집중..집권 2기 맞아 '조폭 검거'
지방정부 실적 올리기 혈안.."물타기용 많아"
"뒷배까지 추적해 소탕"..정적 제거에 쓸 수도
"인권 탄압, 소수민족 분리주의 차단에 악용"
지난 1월 31일 밤 허난성 저우커우시 공안국이 조직폭력배 간부를 검거하는 장면을 최근 중국중앙TV(CCTV)가 보도했다. [사진 CCTV 캡처]
━ 조폭 소탕에 몰두하는 시진핑 정권…한달 새 1만명 구속

중국에서 올해 들어 체포된 강력사범이 1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1월 말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조폭 소탕작전’을 지시한지 불과 1달만의 일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각 지방 정부가 일제히 성과 경쟁에 나선 결과”라고 1일 전했다. 이어 신문은 “집권 1기 ‘반(反) 부패’로 서민의 마음을 사로잡고 권력을 강화했던 시 지도부가 집권 2기엔 ‘조폭 소탕’ 기치를 내걸고 같은 행보를 벌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현지 언론들의 집계에 따르면 춘절(음력 설) 전까지 3주간 조폭 소탕작전과 관련해 전국에서 1만 명 이상이 구속됐다. 허난성과 장쑤성, 절강성 등 7개 성이 발표한 구속자만 각 성당 1000명이 넘는다.

지난달 9일 춘절을 맞아 인파가 몰린 베이징역 인근에서 중국 공안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관영 언론들은 정부의 조폭 소탕을 집중 보도하며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중앙TV(CCTV)는 최근 허난성 공안 500명이 동원된 조폭 일제 검거 작전을 다뤘다. 지역 건설업자를 협박하고 폭력을 행사해 돈을 뜯어낸 폭력조직의 간부를 호텔 방에서 체포해 머리에 검은 두건을 씌운 뒤 끌고 나가는 장면 등이 여과 없이 방송됐다. 이날 구속된 조폭 간부만 16명에 이른다고 CCTV는 전했다. 공안 관계자는 방송에서 “범죄집단만 아니라 뒤를 봐주는 자들도 검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뒷배인 고위 공직자들을 찾아내 엄벌에 처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작전이 시 지도부가 지난 5년간 집중해온 반 부패 사범 척결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셈이다. 허난일보는 “많은 인민이 조폭 검거 속도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며 “적극적인 제보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정부의 단속 의지를 칭찬했다.
그러나 내막은 다르다. 한 중국 기자는 “이미 수사를 마친 사건이나 단순한 사기사건까지 실적에 포함시키고 있다”며 “물타기도 적지 않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의 언론 통제도 나타나고 있다. 산둥성 검찰 간부가 “각 지구 검찰원은 연내 적어도 1건씩 조폭과 연계된 사건 실적을 내야 한다”고 이른바 ‘할당량’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인터넷에 유포돼 논란이 일자 정부 당국은 인터넷의 관련 내용을 모두 삭제 조치했다.
지난해 11월 신장 자치구 카스시 시내에서 무장한 특경이 테러 위협을 감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분리주의자를 단속한다는 명목으로 지역 내 공안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카스 AP=연합뉴스]
한편에선 중국 당국이 범죄와의 전쟁을 빌미로 인권 탄압과 소수민족의 분리주의 차단에 나서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신장 자치구 정부가 분리주의자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최근 전했다. 지역 당국은 조직폭력 유형을 세 가지로 특정하며 “분리주의, 테러주의, 극단주의”라고 선언했다. 사실상 조폭 수사와는 관련이 없는 내용들이다. 티벳 독립을 우려하는 시짱 자치구 역시 비슷한 조치에 나선 상황이다. 시짱 자치구 정부는 “(티벳인의) 자치 수준을 높이자는 중도주의 노선은 물론 문화와 환경, 언어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활동 중인 달라이 라마 추종자들도 강력히 단속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서까지 최근 발표했다.

실적을 올리기 위한 과잉 수사로 이어질 것이란 경고도 나온다. 허위 자백을 요구하는 등 사건을 부풀릴 수 있단 뜻이다. 또 지방 권력자들이 정적을 처단하기 위해 악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허웨이팡(賀衛方) 베이징대 교수는 “이런 무자비한 작전은 암처럼 퍼져 중국 사법 체계를 황폐화시킬 것”이라며 “언론 감시가 없는 중국 사회에선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SCMP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