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성 무너지 듯.. '신형 도시화' 中의 그늘

2016. 1. 19.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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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에 도시 상주인구 급증.. 매년 2000만명 도시 생기는 꼴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이튿날인 지난달 21일 항공사진으로 본 산사태 현장의 모습. 사고 현장 인근의 불법 건축폐기물 매립장이 산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다시 한번 중국의 압축 성장으로 인한 폐해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DB

"상하이 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사람에 깔려 죽었고, 톈진에서는 집에서 잠을 자다 죽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전에서는 일하다 진흙과 바위에 깔려 죽었다. 과연 도시들이 안전한가?" 지난달 20일 광둥성 선전시에서 발생한 산사태 사고 이후 한 네티즌이 웨이보에 올린 글이다. 이날 사고는 최소 5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실종자만도 77명에 이른다. 중국 도시가 위험하다. 중국은 '신형 도시화'라는 핵심 동력으로 둔화된 중국경제를 다시 한번 도약시킬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부와 안전, 더 나은 삶을 약속했던 도시가 오히려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것이 오늘 중국의 현실이다.

#압축 성장의 민낯

지난해 중국을 대표하는 대형 도시 3곳에서 엄청난 재난이 발생했다. 모두 ‘인재’였다. 공통점은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있는 법도 제대로 적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4년 12월 31일 상하이 유명 관광지 와이탄의 새해맞이 행사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 희생자 56명 대부분이 20대 젊은이였다. 공식 행사는 취소됐지만 해당 당국은 이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비공식 행사장에는 31만명가량이 몰려들었지만 경찰 600명만 배치돼 안전을 책임졌다.

지난해 8월 12일 발생한 톈진의 물류창고 폭발 사고는 정경유착과 허술한 관리의 표본이다. 사고가 난 루이하이(瑞海)국제물류회사의 저장창고는 면허증도 없이 위험한 화학물질을 보관하고 있었다. 회사 대표들은 ‘관시’(關系·인맥)를 동원해 소방안전 검사를 통과했다.

선전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공단 인근 불법 건축폐기물 매립장 경사 지역에서 발생했다. 당시 100m 높이로 쌓여 있던 인공산이 무너져내리면서 엄청난 양의 토사로 인해 공단 내 공장과 사무실, 기숙사 등 건물 33채가 파묻혔다. 원인은 다른 곳과 비슷하다. 위탁을 받아 매립지를 관리해 온 루웨이자산관리공사의 사업 목적에 ‘매립지 관리’는 없었다. 더군다나 사고가 난 매립지는 ‘임시 매립지’로 분류돼 이미 지난해 2월 허가가 만료된 곳으로 중국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2030년 도시인구 10억5000만명

최근 발표된 중국 산업연구원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도시화율은 1978년 17.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54.77%까지 상승했다. 그 사이 도시 상주인구는 1억7000만명에서 7억5000만명으로 늘었다. 중국은 도시화율을 매년 1% 포인트씩 높여 2030년까지 7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유엔의 인구 예측에 따르면 2030년 중국 인구는 15억명이다. 도시화율 70%가 되는 2030년에는 10억5000만명이 도시에 거주하게 된다. 매년 2000만명 안팎의 도시가 하나씩 생긴다는 의미다.

도시화를 통해 투자와 소비 등을 끌어올려 침체된 중국경제의 새로운 동력으로 만들겠다는 게 중국정부의 생각이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도시화율이 1% 포인트 제고될 경우 교통·주택 등 도시 인프라 투자는 1조 위안(약 180조원)가량 증가하고 6400억 위안(약 115조원)의 개인 소비를 창출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지나친 도시화의 부작용들

중국은 현재 베이징 중심 천안문 광장에서 남쪽으로 약 46㎞ 떨어진 곳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신공항을 건설 중이다. 신공항이 2019년부터 서비스에 들어가면 초기에는 연간 4500만명의 승객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5년까지 연간 7200만명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신공항 예정지인 허베이성 난좡 일대 10개 마을은 철거됐다. 기존 옥수수와 밀, 배추 등이 재배되던 경작지는 활주로와 여객청사, 진입도로로 바뀌고 있다. 난좡의 현실은 바로 중국 농촌의 현실과 도시화의 이면을 보여준다. 도시화 가속으로 경작지가 급속히 줄면서 미래 15억 인구를 어떻게 먹여살릴 수 있을지 중국의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 식량안보 전문가인 미국 윌슨센터의 수전 찬 시플릿 연구원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경작지의 7%를 가지고 있는 중국이 세계 인구의 5분의 1을 먹여살려야 한다”면서 “수십년간의 도시화 등으로 중국 전체 면적의 절반이 경작지로서의 기능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지나친 도시화로 인한 부작용은 식량난뿐만이 아니다. 도시화로 중국정부는 농민들을 ‘신시민’으로 만들겠다고 하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주지 않는다면 대규모 빈민화가 우려된다. 특히 스모그와 교통난 등으로 이미 고통받고 있는 도시 중산층들은 더 큰 재앙이 닥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저명한 도시개발 전문가인 베이징대 위쿵젠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의 빠른 도시화는 많은 사회, 경제적인 문제를 일으켰다”면서 “특히 스모그에 관한 한 베이징은 이미 지옥”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도시 개발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시진핑 “안전을 최우선”

선전 산사태 사고가 발생하던 날 베이징에서는 마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등 7명의 당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도시공작회의’가 시작됐다. 중국에서 중앙도시공작회의가 열린 건 1978년 이후 처음이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선언한 이후 37년 만에 중앙도시공작회의를 다시 연 것은 기존 도시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틀간의 회의를 마친 뒤 시 주석은 앞으로 안전을 도시건설 작업의 최우선순위로 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전 발생한 선전 산사태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지도부는 이번 회의에서 “2020년까지 도시 내 판자촌과 도시 내 농촌, 위험 주택에 대한 개조 작업을 기본적으로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사람을 핵심으로 하는 신형 도시 건설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국무원은 현재 2020년을 목표로 1억개의 도시 판자촌과 농촌 주택을 개량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를 향한 국민들의 불신은 쉽게 누그러들 것 같지 않다. 중국정부는 대형 사고가 날 때마다 일부 실무 책임자를 처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고 온라인의 유언비어 단속에만 열을 올린다. 톈진 폭발 사고는 아직 발생 5개월이 넘었지만 책임자 처벌은 물론 정확한 사고 원인도 나오지 않고 있다. 외적 성장 등 하드웨어가 아니라 국민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행정 소프트웨어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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