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둥이’ 신진서 9단(19)이 마침내 ‘바둑신 중의 신’으로 등극했다.

지난 27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결승3번기 최종국에서 신진서 9단이 이동훈 9단(21)을 상대로 257수 만에 흑불계승을 거두며 종합전적 2-1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승상금 5000만원도 움켜쥐었다.

맥심커피배는 “바둑에 관한 한 신의 경지에 올라섰다”고 해서 ‘입신’으로 불리는 9단들, 즉 한국바둑 최강자들만 출전하는 대회다. 그런 대회에서 10대 소년이 우승을 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이전까지 19차례 대회를 치르는 동안 딱 한 번 있었다. 지난 2012년 제13회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박정환 9단이다.

당시 박9단은 만 19세1개월23일(6994일)로 역대 최연소 맥심커피배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 기록을 이번에 신진서 9단이 13일 앞당겼다. 이제 맥심커피배 최연소 우승 기록은 만 19세1개월10일(6981일)이다.

2000년 3월 부산에서 태어난 신진서 9단은 지난해 4월 입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18세22일의 기록으로, 이는 17세11개월11일 만에 입신에 등극한 박정환 9단에 이어 역대 최연소 2위의 기록이다. 신진서 9단이 입신이 되기까지는 박정환 9단보다 40여 일 늦었지만 맥심커피배를 우승하는 데 10여 일 빨랐다는 얘기로, 앞으로 두 사람이 벌일 반상의 전투가 더욱 흥미진진해질 전망이다.

이날 최종국에서 신진서 9단은 초반부터 평소에 연구한 수를 두며 의욕적으로 출발했다. 우변 공격에 성공하며 반상의 주도권을 손에 넣은 신진서 9단은 이어진 좌변 전투에서 이동훈 9단의 실착을 추궁해 단박에 승기를 틀어쥐었다. 이후 신진서 9단은 기울어진 형세를 만회하기 위해 계속 반상을 흔들어 대는 이동훈 9단의 승부수들을 빈틈없이 막아내며 승리를 결정지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 9일 열린 결승1국에서 백불계승을 거두며 선취점을 올렸던 신9단은 22일 열린 결승2국에서는 흑불계패를 당하며 동점을 허용했다. 특히 결승2국에서 힘 한번 못 쓰고 완패를 당해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됐으나, 5일 만에 치러진 최종국에서 승리하며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네 번째 국내대회 우승이기도 하다.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신진서 9단은 “늘 응원해 주시는 바둑팬들께 감사드린다”면서 “최종국 준비를 많이 했는데 결과가 좋아 기쁘고, 다음번에는 세계대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번 맥심커피배 결승은 준우승자 이동훈 9단에게 큰 숙제를 남긴 승부이기도 했다. 신진서 9단이 ‘또래 저승사자’로 불리기는 하지만 이동훈 9단에게 공포의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리워졌기 때문이다.

이동훈 9단은 2016년 제11회 춘란배 국내선발전 예선 1회전에서 당한 첫 패배를 시작으로 9연패를 기록하다 지난번 결승2국에서 완승을 거두며 ‘신진서 극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이날 다시 맥없이 무너지면서 상대전적 1승10패로 바짝 주눅든 꼴이 됐다. 통산 세 번째 우승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국내랭킹 4위인 이동훈 9단이 한 걸음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이려면 랭킹 2위 신진서 9단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 바둑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