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사설

[사설] 세금으로 적자 메우고 배당잔치 벌이는 서울버스 준공영제

입력 : 
2019-05-21 00:02:01

글자크기 설정

서울시가 적자를 보전해주는 준공영제 버스회사 주주들이 지난해 2억~25억원대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서울 시내버스 41개사에 대한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5곳이 배당금 총 197억원을 지급했다. 이들 중 15곳은 주주가 5명 이하였고, 최대주주가 배당액 절반 이상을 챙긴 회사도 11곳에 달했다니 심각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아닐 수 없다.

서울 버스 준공영제는 2004년 시행될 때부터 기형적인 구조라는 지적을 받았다. 공공성을 담보하면서 민간기업의 효율성을 살린다는 게 버스 준공영제 취지였는데, 허술한 제도로 세금만 낭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일반적으로 버스 준공영제는 공공기관이 운송회사를 소유하고 민간에 운영을 위탁하는 것을 말하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민간이 소유한 버스회사의 운송 수입을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면서 적자가 생기면 지원하는 방식이다. 아무리 적자가 심해도 지자체가 수익을 보장해주다 보니 버스회사들은 서비스 개선이나 비용 절감 등 경영 효율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지원금을 더 많이 받아내기 위한 '꼼수'에 매달리게 된다. 이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들 몫으로 돌아온다. 서울시는 시행 첫해인 2004년 1278억원을 시작으로 해마다 수천억 원을 버스회사에 지원했다. 누적 금액으로는 3조7155억원에 달한다. 작년에는 예산 부족으로 지급하지 못했던 지원금을 더해 5400억원이 넘었다. 그런데도 서울 버스 노사는 올해 임금을 3.6% 올리기로 했으니 준공영제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말까지 나오는 게 아닌가.

현재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지자체는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8곳이다. 이들 지자체가 준공영제로 쓴 지원금은 매년 1조원대다. 준공영제가 확대되면 더 많은 세금이 투입될 것이다. 문제는 지금 같은 기형적 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세금으로 배당 잔치를 하는 버스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곤란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원금을 지급할 때 버스회사가 제출하는 서류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해 더 철저하게 따지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버스회사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고 부당 수령한 지원금을 즉각 환수하는 조치도 강구해야 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