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지 못한 청첩장'...조현병 환자 역주행에 예비신부 사망

'전하지 못한 청첩장'...조현병 환자 역주행에 예비신부 사망

2019.06.05. 오후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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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아침 고속도로에서 화물차가 한참 동안 역주행하다 승용차와 부딪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두 차의 운전자와 3살짜리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는데요.

역주행한 화물차 운전자가 조현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은 경찰 조사가 마무리돼야 파악될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 기자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이상곤 기자!

어쩌다가 이런 사고가 난 겁니까?

[기자]
역주행 상황이 담긴 화면을 보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화면을 보면 소형화물차가 비상 깜빡이를 켜고 중앙분리대를 따라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형차들이 역주행 차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모습도 여러 번 확인됐는데요.

경찰차가 역주행 차를 발견하고 정차 명령을 내렸지만 화물차는 마주 오던 승용차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말았습니다.

사고는 어제 오전 7시 반쯤 당진대전고속도로 당진 방향 공주 나들목 인근에서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화물차 운전자 박 모 씨와 3살 난 박 씨의 아들, 승용차 운전자 등 3명이 숨졌습니다.

숨진 승용차 운전자는 이달 말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였던 것으로확인됐습니다.

[앵커]
예비신부... 차 안에서 청첩장도 발견됐다고 소식이 전해져서 참 안타까운데요.

그런데 화물차 운전자는 조현병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고요.

또 부인이 차를 몰고 나간 것을 인지를 해서 위험하다, 이렇게 신고도 했다면서요?

[기자]
사고 발생 10분 전쯤 경남지방경찰청에는 박 씨 부인으로부터 한 통의 신고전화가 접수됐습니다.

조현병을 앓는 남편이 최근 약을 먹지 않은 상태에서 새벽에 아들을 데리고 사라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위치 추적 결과 박 씨는 충남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경남청은 충남경찰청에 공조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충남청 고속도로순찰대는 이미 역주행 신고를 받고 화물차를 쫓고 있었습니다.

공조 요청 내용은 사고가 난 뒤에야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 씨는 사고 발생 4시간 전인 새벽 3시 반쯤 경남 남양산 나들목을 통해 고속도로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후 충남 예산 인근에서 차를 돌려 20km 정도를 역주행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 고속도로에서 역주행하고 있는 화면을 저희가 계속 CCTV 화면으로 보여드리고 있는데 숨진 박 씨가 갑자기 역주행한 이유가 있을 텐데 이게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파악되고 있습니까?

[기자]
경찰은 박 씨가 충남 서산에 있는 어머니 집으로 향하다 역주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 씨의 조현병과 관련해서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옵니다.

박 씨가 조현병 진단을 받거나 병원 치료를 받은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박 씨 어머니로부터 '아들이 약을 먹다가 끊은 거로 알고 있지만, 남에게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경찰은 음주나 약물 복용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숨진 박 씨를 부검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가해 운전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대전에서 YTN 이상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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