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26년만 여성총리 메이 "나는 대처가 아니다"

배상은 기자 2016. 7. 1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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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메이 차기 영국 총리 내정자(왼쪽)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AFP=News1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파동에 휘말려 사임한 데이비드 캐머런에 뒤이어 영국 총리를 맡게된 테레사 메이(59) 내정자는 흔히 '제2의 대처'로 불린다.

브렉시트 결정으로 혼돈에 빠진 영국을 수습할 중책을 떠안았다는 점에서 영국병에 허덕이던 늙은 제국을 되살렸던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이미지가 오버랩되는 까닭이다.

1983년부터 3기를 연임, 영국의 최장수 총리를 지낸 대처 전 총리의 뒤를 잇는 26년만의 여성 총리인 메이 내정자 역시 2010년 보수당 정권 탈환 직후부터 지금까지 내무장관 직을 맡은 최장수 내무장관 기록을 가지고 있다.

또 트레이트 마크인 파워 수트에 소매가 풍성한 브라우스, 진주 목걸이를 매치하는 스타일로 유명했던 대처와 전 총리 처럼 메이 역시 호피무늬 구두로 대표되는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도 메이에 '제2의 대처'라는 별칭을 붙게 한 요인 가운데 하나다.

옥스퍼드 대학 동문이기도 한 메이 내정자는 친시장, 반유럽연합(EU)주의자라는 점에서도 대처 전 총리와 닮아 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그러나 민간의 자율적인 경제활동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자 대처와 달리 메이는 자유보다는 사회 질서를 강조한다.

대처 전 총리가 '법과 질서'를 바탕으로 반노조적 입장을 보인 반면 메이 내정자는 노동자의 권리를 일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는 두 사람이 처한 시대적 상황의 차이에 기인할 수 있다. 대처가 집권할 당시 노동당 정권 아래 활력을 잃은 기업을 깨울 특효처방이 필요했다면 메이가 마주한 영국은 이번 국민투표를 통해 드러난 젊은층의 상실과 빈부 격차를 치유할 통합의 묘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메이 내정자는 11일 버밍엄에서 진행된 마지막 경선유세에서 "평범한 노동자 가정을 위한 나라를 만들어가겠다"며 무책임한 기업 행동을 억제하고 임금격차를 줄이는 등 일종의 '경제 민주화'를 공언했다.

기업에 노동조합 위원장처럼 대표성을 지닌 근로자를 이사회에 반드시 포함시키도록 하는 근로자이사제의 도입을 의무화하고 연례 주주총회의 경영진 보수안 표결 결과에 대해 구속력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재계 기득권층 특권을 제한하겠다는 구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메이의 공약에 대해 "시장과 개인주의가 아닌 사회와 공동체의 가치를 주장하면서 대처와 거리를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메이 내정자는 총리로 확정된 뒤에도 "소수 특권층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 일하는 나라의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경선에 나선 것"이라며 노동자의 권리와 통합을 거듭 강조했다.

메이 내정자는 경선 기간 "나는 테레사 메이"라며 대처 전 총리와의 비교를 거부했다.

경선 라이벌이었던 레드섬 차관이 대처 전 총리의 후계자를 자처했던 것과 비교된다. 이를 두고 BBC는 메이가 자신만의 길을 가려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대처 전 총리가 노조 파업 등 현안에서 법과 질서, 그리고 신자유주의 신념을 강조한 원칙주의자였다면 메이 내정자는 강경함 속에서도 유연함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EU회의론자이면서 브렉시트에서는 잔류를 지지한 것이나 이민·치안·안보와 관련해서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면서도 사회 개혁을 외치는 식이다.

이를 두고 FT 등 언론들은 메이에 대해 "'자유주의적 현대화주의자(liberal moderniser)'이면서 '이민 정책 강경파'이자 유럽 중도파(europe moderate)' 등 복잡다양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며 '실용주의적 개혁자'라고 표현했다.

bae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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