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불씨

윤석열 국민의함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단일화 논의 움직임이 여전히 포착되지 않고있다. 윤 후보측은 ‘단일화를 하면 좋지만 굳이 할 필요는 없다’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고, 안 후보측은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완주 의사를 분명히하고 있다. 야권 단일화의 불씨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설연휴에도 없었던 만남

3일 국민의힘·국민의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측의 단일화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설연휴기간 비공개 물밑 접촉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지만, 실제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국민의힘내에서는 단일화없이도 이길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윤석열·이재명·안철수의 ‘2강 1중’ 구도에서도 윤 후보가 1위를 차지한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단일화 의지도 약해지고 있다.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있을 ‘경선룰 싸움’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단일화 과정에서 지지부진한 갈등이 이어진다면 오히려 있는 지지율도 깎아먹을 수 있다”며 “선대본부 내에서도 이러한 위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 대표적인 ‘단일화 회의론자’인 이준석 대표는 연일 부정적인 의견을 비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도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단일화로 인해 앞으로 이득을 볼 상황이 있을까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며 “이전에 안 후보가 우리 윤 후보의 일시적으로 빠지는 지지율을 받으면서 다소 의기양양했었지만, 그 분은 지금까지 많은 선거에서 기고만장해 지지율 하락세를 겪었다”고 말했다.

현재의 지지율 구도가 유지되는 이상 당내 분위기가 급변하긴 쉽지 않을거란 관측이다. 윤 후보 역시 별다른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 않다. 물리적 시간도 넉넉치 않다.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이달 14일 이전, 아무리 늦어도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28일 이전까지는 단일화를 끝마쳐야 한다. 논의의 물꼬를 트고, 양측이 만족할 룰 협상을 마친후,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까지 모두 이 기한안에 마쳐야 한다는 의미다.

安측 “지지율 20%만 넘기면 이길 수 있다”

안 후보는 시간이 갈수록 단일화는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안 후보의 태도를 두고 ‘협상에서의 우위를 가져가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해석도 나왔지만, 안 후보는 공적인 자리는 물론 사적인 자리에서도 “반드시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역대 선거 어느때보다도 ‘중도정치’를 강조하고 있는 안 후보인만큼 물러서지 않을거란게 국민의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출연해 완주의사를 밝혔다. 그는 “국민들은 윤 후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함량미달이라면서도, 안 후보를 선택했을때 승리할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지지율 20%만 넘겨보라는 말씀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지율 20%만 돌파한다면 필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야권 단일화 논의가 멈춰 있는 동안, 오히려 이재명 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날 첫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만난 두 후보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정치·경제·외교 전반에 대해 상당 부분 서로 공감대를 이루며 공통 공약을 제도화하는 방안 등에도 뜻을 모았다. 토론 직후 자연스레 제기된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열려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측은 “단일화를 위한 물밑 접촉은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토론을 통해 어느정도 의견일치를 이룬만큼 언제든 단일화 불씨가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성상훈 기자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