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subMenu
흙을 밟는 도시 아이들··· 농촌으로 유학 떠나다
2021.10.29
211029_a

▲ 올해 4월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에 있는 낙안초등학교에서 운동회가 열렸다. 낙안초등학교


순천=김여진 기자 lvzhen@korea.kr

초등학교 4학년인 서호는 아침이면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에 잠을 깬다. 산과 들에 핀 알록달록한 꽃과 푸른 나무를 눈에 담으며 맑은 공기를 마시며 등교한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던 서호는 지난 3월 전남 순천시에 있는 농촌 학교로 전학 왔다. 지난해 1년 동안 서호가 비대면 수업을 받는 모습을 지켜본 엄마는 두 아이를 데리고 농촌 유학을 가기로 결정했다. 서호 엄마 김혜희 씨는 “아이들이 오랜만에 학교를 가도 대화도 못하게 하고 칸막이를 쳐서 밥을 먹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농촌 유학에 관심을 두는 건 서호네 가족뿐만이 아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시후는 지난 3월 농촌 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에서 순천시 월등초등학교로 전학 왔다. 시후 엄마 오수정 씨는 농촌 유학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아이가 온라인 수업 때 체육 수업을 하는데 눈으로만 했다"며 "아이들을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남 지역에는 2학기 초등학생 147명이 서울에서 전학을 왔다. 서울시교육청과 전라남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업무협약을 맺고 서울 학생들의 농·산·어촌 유학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유학 온 도시 학생들은 1학기 이상 전남 지역 농촌 학교를 다니며 마을과 자연환경 속 계절의 변화, 제철 먹거리, 이웃과 관계 맺기 등을 체험한다. 학생들은 농가 가족과 생활하는 홈스테이형, 가족과 함께 이주하는 가족체류형, 활동가가 관리하는 시설에 머무는 지역센터형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서호는 엄마와 동생과 함께 가족체류형으로 머물고 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서호 아빠는 주말에 가족들을 만난다.

서울시교육청과 전라남도교육청은 농촌 유학에 드는 비용을 일부 지원한다. 홈스테이형과 지역센터형의 경우 한 달에 80만 원이 든다. 두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학부모는 한 달에 20만 원만 부담하면 된다. 가족체류형의 경우 교육청에서 유학하는 자녀가 1명이면 60만 원, 2명 70만 원, 3명 80만 원을 매달 지원한다. 학부모는 지원금을 제외한 농가 임대료와 생활비를 부담하면 된다.

211029_b

▲ 낙안초 학생들이 학교 근처에 있는 냇가에서 다슬기 잡기 체험을 하고 있다. 낙안초등학교


서울 학생들의 농촌유학은 외신의 주목을 받았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8월 농·산·어촌 유학이 경쟁 사회의 스트레스와 코로나19를 피하는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는 지난 6월 '코로나로 되살아난 시골의 작은 학교'라는 제목의 기사를 온라인 뉴스 아시아판에 소개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시골의 작은 학교들은 미래 교육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골 학교는 학생 수가 적고 사람들이 밀집한 대도시보다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아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 있다.

▲ 낙안초 학생들이 승마, 골프 체험을 하고 있다.

▲ 낙안초 학생들이 학교에서 승마, 골프를 배우고 있다. 왼쪽 사진 낙안초등학교 제공, 오른쪽 김여진 기자


김혜희 씨가 처음 아이들에게 농촌유학을 제안했을 때 서울을 떠나본 적 없는 아이들은 “가고 싶지 않다”고 반응했다. 새로운 경험을 해보자는 엄마의 설득에 못 이겨 농촌 유학을 떠났고 지금은 2학기 연장 신청까지 하며 농촌 생활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서호는 “서울에서 온라인 수업만 하다가 이곳에 와서 학교를 갈 수 있게 돼 너무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친구들과 함께 방과 후 활동도 할 수 있고, 얼마 전에 했던 고구마 캐기 체험도 정말 재미있었다”라고 말했다.

낙안초등학교 최형구 교사는 “서울 아이들이 농촌 학교에 와서 체험하고 반응하는 정도가 현지 학생들과 다르다”며 “고구마 캐기 체험을 하더라도 서울 아이들은 평소 하지 못했던 새로운 체험이라 작은 것에도 큰 감동을 느낀다“고 밝혔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시골 학교가 갖는 큰 장점이다. 코로나 대유행 상황이지만 아이들은 맑은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같이 뛰어 놀고 많은 걸 체험하며 시간을 보낸다.

시후는 “서울에서 할 수 없었던 운동회, 현장 체험 학습을 여기서는 모두 하고 있다"며 "이곳 생활이 서울보다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고 했다.

게시물이동

이전글
[사진으로 보는 한국] 에버랜드에서 열린 '핼러윈 위키드 퍼레이드'
다음글
한-중미 7개국, 대화 플랫폼 출범···"이민자 문제·기후변화 협력"
열람하신 정보에 만족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