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왕실: 결혼하기 위해 '왕족 신분'을 포기한 마코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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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두 사람은 5년 전에 대학에서 만났고, 이듬해 결혼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마코 공주는 지난 2017년 약혼 소식을 전하며 "태양처럼 밝게 웃는 그의 미소에 끌렸다"고 했다.

두 사람은 5년 전 대학에서 만났고, 이듬해 결혼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에서 공주가 평민과 결혼하면 왕족 지위가 박탈된다. 그렇기에 이 결혼은 공주에게 평범한 시민이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일본은 왕실 구성원들이 일본 전통 수호자가 되길 기대하는 나라이기에 그 구성원들을 면밀히 조사한다.

하지만 그들의 미소는 이를 이겨냈고 언론의 집중적인 보도 역시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상황은 빠르게 바뀌었다.

두 달 후, 약혼자 코무로 케이의 어머니와 어머니의 전 약혼자 사이의 금전 문제에 대한 보도가 나왔다.

그는 코무로 모자가 그에게 빚을 갚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코무로가 향후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대중의 인식이 좋지 않게 변했다.

결국 결혼식을 준비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하에 결혼식이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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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관저를 떠나기 전 부모님과 여동생에게 인사를 하는 마코

이제 코무로 마코가 된 마코 전 공주는 현 일왕의 동생이자, 왕위 계승 순위 1위인 아키시노 왕세제 부부의 장녀다.

1991년 10월 23일에 태어난 마코는 처음에는 왕실 전통을 따라 왕실 구성원이 일반적으로 공부하는 엘리트 교육기관인 '가쿠슈인' 학교에 다녔다.

하지만 마코는 가쿠슈인대학이 아니라 사립 학교를 선택하면서 관습을 깼다.

마코는 도쿄의 국제기독교대학에 다녔고, 그곳에서 예술과 문화유산을 공부했다. 에든버러 대학에서 1년을 보내기도 했다.

이후 레스터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는데, 마코는 이 경험이 "아주 멋졌다"라고 말했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마코의 지인들은 그를 왕실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독립적이고 다정한 여성이라고 표현했다.

마코는 동갑인 코무로를 2012년 유학생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타블로이드 신문은 평민 출신인 코무로 가족의 오점을 찾아내는 데 오랜 시간을 썼다.

2018년 스캔들이 불거지는 가운데 그는 포드햄대에서 법학을 공부하기 위해 뉴욕으로 건너갔다. 이 커플은 인터넷으로 사랑을 이어나갔다.

그는 2020년 9월에야 일본으로 돌아왔는데,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코무로는 평상복 차림에 포니테일을 하고 있었는데, 많은 이들이 공주와 결혼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마침내 10월 26일 커플은 결혼식을 올렸다. 마코는 왕실 결혼식과 관련된 일반적인 의례는 생략했다. 일반인과 결혼해 왕실을 이탈하는 공주에게 주는 정착금 130만 달러(약 15억원)도 거절했다.

이렇게 한 건 마코가 첫 사례로, 또 다른 전통 탈피였다

돈 문제 보도 관련해서 나온 3만5000달러(약 4087만원)에 대해 고무로는 대출이 아니라 선물 성 지원금이라고 밝혔다. 상대측에 합의금을 지불하겠다고 말했지만,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들의 결혼식 날에는 '왕실은 일본의 영혼이다'' 등의 플래카드가 여러 개 걸리기도 했다.

과도한 언론 보도와 소셜미디어상의 공격성 발언들은 마코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쳤다. 왕실 청은 마코가 현재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마코는 남편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코무로에 대한 잘못된 보도가 자신에게" 큰 두려움, 스트레스, 슬픔"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케이는 내게 대체할 수 없는 존재"라며 "우리에게 결혼은 마음을 소중히 하면서 살기 위해 필요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결혼 전 포니테일을 잘랐던 코무로는 아내를 보호하고 지지하겠다고 했다.

그는 "마코를 사랑한다"라며 "저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일생을 함께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코무로가 변호사로 일하는 미국으로 이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행보는 영국 왕족 메건 마클과 해리 왕자에 비유되면서 이들에게는 '일본의 해리와 메건'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마코는 당분간 도쿄에 머물며 이주를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엔 생애 첫 여권을 신청하는 일도 포함된다. 원래 왕족은 여권이 없고 외국 방문 때마다 외교관 비자를 발급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