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시즌2' 성패 달린 공정거래3법... 박근혜도 못했다

입력
2020.09.21 07:30
수정
2020.09.21 08:0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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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이후 100여일 간 당 회생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김종인 체제 시즌 2'의 앞날은 험난하다. 우선 ‘공정경제 3법’(공정거래법ㆍ상법ㆍ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입법이 기다리고 있다. 수십년 간 김 위원장이 품어 온 숙원이지만, 보수 경제학을 추종하는 당내 여론은 떨떠름하다. 김 위원장의 '실수'를 기다리는 반대파가 충분한 기회를 줄 리 없다.

김종인 시즌2는 ‘공정거래3법’

김 위원장의 국민의힘 부활 전략은 크게 3단계다. 1단계는 당명 개정, 정강정책 수정 등 뼈대를 고치는 작업으로, 지난 100일간 완료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것에서 보듯, 민심의 평가도 후했다. 2단계는 입법이다. 새로운 당 정체성, 즉 '상식과 중도'에 걸맞은 법안을 내고 국회에서 관철시켜 달라진 국민의힘의 모습을 민심에 각인시키는 것이다. 당무감사를 통해 당의 체질을 바꾸고 나쁜 습성을 걷어내는 것도 2단계 구상에 포함돼 있다. 마지막 3단계는 내년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다.

김 위원장은 21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가 시작되자마자 공정거래 3법에 대한 야망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지난 10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주재한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의 오찬. “자타가 공인하는 '미스터 경제민주화'이시니까 공정경제 3법도 하자”는 이 대표의 제안에 “협의를 하다 보면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김 위원장은 공개 화답했다. '할 수 있다'에 방점이 찍힌 답변이었다.

김 위원장은 수십 년간 정치를 하면서 ‘경제민주화’를 자신의 핵심 정치 의제로 삼았다. 그의 대기업ㆍ재벌에 대한 문제의식은 여느 여당 정치인보다 뾰족하다. 공정거래 3법으로 대기업과 각을 세우는 것이 '중도 확장'에 불리할 게 없다는 게 김 위원장의 판단이기도 하다.

원외에선 ‘반대’ 당내서도 ‘신중론’

국민의힘 인사들이 김 위원장의 공정거래3법 드라이브를 지원 사격할지는 불투명하다. 당장은 비판이 쏟아진다. “황금알을 낳아 주는 기업들의 일탈을 막기 위해 거위를 죽일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오세훈 전 서울시장) “고소ㆍ고발 가능성은 더 커지고, 기업은 국가권력의 눈치를 더 보게 된다”(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등 공개 저격 발언이 이어졌다.

공정거래 3법이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 정체성에 맞는지부터 논란이다. 2011~2012년 ‘박근혜 비대위’ 때 국민의힘(옛 새누리당)상법ㆍ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소속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20대 국회에선 국민의힘(옛 자유한국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상법 개정안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에서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게 김 위원장이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신중론을 펴고 있다. 당 핵심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자신의 소신을 밝힌 것일 뿐, 지시를 내린 건 아니다"며 "상임위 차원에서 재계와의 간담회와 토론회 등을 열고 우려되는 점과 보완할 점 등을 꼼꼼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구상대로 호락호락 입법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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