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회장, 2016년 급여 9억4500만원→2018년 24억원
박지원 부회장, 줄어드는 상여 늘어난 급여로 만회
박용만 회장, 5년간 급여만 약 13억원 증가…그룹 핵심 두산重 당기순손실

그래픽=김성화 기자
그래픽=김성화 기자


톱데일리 김성화 기자 = '차'(두산중공업)는 아니더라도 '포'(두산인프라코어) 떼고 '졸'을 떼어내며 몸집이 줄어든 두산그룹은 지금처럼 어려워질 줄 예상하지 못한 거였을까? 그저 장밋빛 낙관만을 바라보고 CEO 보수에 반영한 것일까?


두산그룹의 주축은 누가 뭐래도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다. 한신평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두산인프라코어와 해외자회사, 두산밥캣과 해외 자외사가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자산의 39%, 매출의 44%, EBITDA(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의 54%다.


지난 28일 현대중공업이 두산인프라코어 예비입찰에 참여함에 따라 두산인프라코어 매각도 이제부터는 시간 문제다. 두산그룹은 채권단에 자구안 제출 후 두산건설과 두산타워, 두산인프라코어 등 약 3조3500억원의 자산을 매각했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은 필요한 과정이면서도 두산그룹으로서는 당장 힘들어지게 만드는 요소다. 한신평은 "그룹의 매출과 수익은 2017년 이후 개선 추세로 전환했다"며 "중공업 및 건설의 지속된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건설기계 호황에 따른 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 회복과 전자, 산업차량 등 ㈜두산 자체사업의 영업 호조가 그룹의 실적을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2018년과 2019년에는 전체의 70%에 달하는 건설기계의 견조한 영업이익이 그룹 전반의 수익성을 견인"했고 "그 결과 두산그룹은 2019년 매출 18조5000억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의 양호한 영업실적을 시현"했다고 덧붙였다.


㈜두산은 지주사이긴 하지만 전자BG와 모트롤BG, 산업차량BG, 디지털이노베이션BU, 연료전지, 광고, 골프장운영 등에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그룹 전체 매출의 14%, EBITDA의 16% 수준이다. 즉 그룹 전반에 있어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실적에 있어 절대적 역할을 하고 있다.


㈜두산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박정원 회장의 보수는 지난해 기준 30억9800만원이다. 급여가 6억700만원에 상여가 24억8800만원이다. 퇴직한 이상훈 사장을 제외하면 동현수 회장과도 약 11억원이 더 많다.


박 회장의 보수는 2018년까지 꾸준히 증가해왔고 특히 급여가 상당히 올랐다. 2015년과 2016년 기준 박 회장의 급여는 14억1100만원이며 2017년은 18억1000만원, 2018년은 24억1500만원이다. 여기에 상여도 매년 10억원 이상씩 수령했으며 2018년은 25억7000만원의 상여를 더해 총보수로 약 50억원을 수령했다. 지난해 급여가 줄었지만 상여가 24억8800만원으로 총 30억원을 받았다.


㈜두산의 실적은 박 회장의 급여가 오른 기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매출은 16조9592억원에서 17조4492억원으로, 영업이익은 753억원에서 1조1763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도 영업이익은 1조2618억원으로 줄었지만 매출은 18조원 이상으로 견실했다.


하지만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본다면 매출 2조607억원에 영업이익 1619억원으로 줄어든다. 영업이익 추이도 2017년 2440억원에서 감소하는 추세다.


사진=한국신용평가
사진=한국신용평가


연결 기준 ㈜두산의 실적이 좋아지고 CEO의 보수가 늘었다면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에도 같은 양상을 보였어야 한다. 적어도 오너일가의 보수에서만큼은 그렇다.


두산중공업을 보면 박정원 회장의 동생인 박지원 ㈜두산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돼있다. 박 부회장의 보수는 2015년 17억6100억원으로 이중 급여가 10억8000만원, 상여가 6억8000만원이다.


박 부회장의 보수는 2019년 기준 15억400만원으로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 다만 구성이 달라진다. 2016년까지만해도 6억원의 상여가 들어왔지만 2017년은 상여가 사라지는 대신 급여가 14억원으로 약 4억원 오른다. 또 2018년과 2019년은 급여로만 15억 여원을 받았다. 그러다보니 상여가 없어졌어도 총보수는 큰 차이가 없다.


반면 정지택 전 두산중공업 부회장 급여는 2016년과 2017년 급여로 9억4300만원을 동일하게 받았다. 이사보수한도도 150억원도 같고 박 부회장의 직위도 두산중공업 회장으로 변경된 점이 없어 1년 새 4억원이 증가한 이유를 공시만으로 찾기 힘들다.


두산인프라코어도 두산중공업과 비슷하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현재까지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 회장의 보수는 2016년부터 공개되고 있으며 당시 급여 9억4500만원, 상여 8억5800만원으로 보수 총액은 18억200만원이었다.


박 회장의 보수 총액은 2018년 43억원까지 늘어나고 급여와 상여가 함께 상승했다. 2017년 기준 박 회장의 급여는 14억원, 상여는 10억2900만원이다. 또 2018년은 각각 22억4000만원과 21억44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도 급여 22억4000만원과 상여 17억5000만원으로 총 39억9100만원을 수령했다.


이 기간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급여는 6억5000만원에서 7억2500만원으로 7500만원이 증가했다.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쭉 괜찮은 양상을 보여왔다. 하지만 그 길이 쉬웠던 것만은 아니다. 두산밥캣이 흑자를 기록한 건 최근이며, 두산인프라코어는 2016년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MBK파트너스에 1조1308억원에 매각했다. 당시 공작기계 사업부문 매출액은 1조3225억원이었다.


두산과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의 사업적 실적은 흑자였고 이를 CEO 급여에 반영했을 수 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2014년 이후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재무적으로 절대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2014년 두산중공업 200여명, ㈜두산 100여명 2015년 두산인프라코어 100명 등 구조조정 얘기가 전해졌으며 올해도 2월과 5월 두산중공업 명예퇴직 소식도 있었다. 한때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 대상이라는 말이 나온 건 괜한 헤프닝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