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태반이 도박꾼…그러다 다 털린다" 베테랑 투자자의 경고

美 증시 놓고 '세대 갈등'
찰리 멍거 "주식은 게임이 아냐" 지적에
로빈후드 "시대가 바뀌었다" 반박
월가 베테랑 투자자 리처드 번스타인이 최근 급증한 미국 '로빈후드 개미'들의 투자행태를 작심 비판했다. 대부분이 도박 수준의 초단타 거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레딧 등 소셜미디어에선 "늙은 거물들이 시대가 바뀌었음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라는 반박이 일면서 설전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번스타인은 이날 자신이 창립한 자산운용사 리처드번스타인어드바이저의 보고서를 통해 "이른바 로빈후드 트레이더들이 증시에서 막대한 부를 파괴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번스타인은 "데이 트레이딩이 성공할 확률은 동전 던지기로 앞뒷면 내기에 성공할 확률보다 약간 더 높을 뿐"이라며 "역사적으로 주식 보유기간이 하루 정도에 그칠 때 돈을 벌 가능성은 54%, 잃을 가능성이 46%였다"고 보고서에 썼다.
번스타인은 지난주 찰리 멍거 벅셔해서웨이 부회장이 개미투자 광풍에 대해 우려한 발언이 맞다고도 했다. 멍거 부회장은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오랜 동업자이자 투자 단짝이다.

멍거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주식을 경마처럼 도박으로 여기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서로를 격려하는 요즘 일부 투자 문화는 정말 어리석다"며 "이를 틈타 로빈후드 등 증권사들이 '더러운 돈'을 벌고 있다"고 했다. 멍거 부회장은 당시 "로빈후드처럼 무료 수수료를 표방하는 증권사들에 현혹된 초보 투자자들은 후회할 것"이라며 "특히 빚을 진 채 주식매수에 광적으로 달려드는 이들은 끝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번스타인은 "일각에선 멍거 부회장의 지적을 '요즘 증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늙은이의 말'이라며 비웃었지만, 증시 역사는 멍거 부회장의 말이 맞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썼다. 급등주 위주로 단기 투자를 하다간 돈을 잃기가 쉽다는 지적이다.

번스타인은 "금이나 상품 투자를 제외하고는 시간을 들이는게 효과적으로 투자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라며 "장기 투자를 해야 시장에서 손해를 볼 확률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에선 기성 유명 투자자들이 경험이 적은 개인투자자들의 거래 열풍을 우려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반면 로빈후드 등은 온라인 단타투자 문화가 바뀌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로빈후드는 앞서 멍거 부회장의 지적에 대해 "기성 투자자들이 최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투자 문화가 바뀌고 있음을 간과한 발언"이라고 평했다. 이어 "새로 증시에 들어온 투자자들을 경마 도박꾼에 비교하는 것은 기성 투자자들의 '엘리트주의'가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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