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내일부터 '글로벌 전략회의'..불확실성 속 미래전략 짠다

by김종호 기자
2019.12.15 18:41:22

16~20일 닷새간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 개최
내년 경영환경 시계제로..비상체제 속 대응방안 논의
이재용 부회장 재판 영향 등으로 인사보다 먼저 열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16일부터 닷새간 일정으로 ‘2019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올해 경영 성과를 공유하는 동시에 내년 사업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내년 경영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가운데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TV, 스마트폰 등 전 세계 1위 분야 수성 전략을 모색하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할 전망이다. 다만 이번 회의는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원들의 재판으로 인해 정기 인사를 늦춘 상황에서 열린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6~20일 경기 수원과 화성, 기흥 등 사업장에서 사업 부문별로 하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삼성전자가 사업 부문별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목표와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다. 매년 6월과 12월 상·하반기로 나눠 두 차례 열린다.

올 하반기 회의에는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장(부회장)과 김현석 소비자가전(CE) 부문장(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 부문장(사장) 등 대표이사 3명을 비롯해 주요 경영진과 전 세계 주요 법인장 등이 대거 참석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최근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등 불확실성 확대로 먹구름이 낀 내년 경영환경 속에서 위기극복을 위한 다양한 전략 마련에 참석자들이 머리를 맞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수요 회복에 따른 사업 전략을 수립할 전망이다. 최근 힘을 싣고 있는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분야 사업에서도 사업 확대와 경쟁력 확보 방안 등이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전 부문에서는 다음 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20’ 준비 상황과 신제품 출시 계획 등을 점검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프로젝트 프리즘’의 첫 작품인 비스포크 냉장고가 시장에 빠르게 안착한 가운데 내년 초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세탁기와 건조기를 차기작으로 출시하기 위한 논의도 이어간다.

모바일 부문에서는 폴더블(Foldable·접히는 형태) 스마트폰인 ‘갤럭시폴드’ 후속작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또 ‘갤럭시S11’ 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관련 마케팅 전략 수립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전사 부문 회의에서는 AI와 5세대 이동통신(5G),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과 연계된 차세대 신성장 동력 육성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번 하반기 전략회의는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원들의 재판 영향으로 연말 정기 인사보다 먼저 열리게 됐다. 하반기 회의는 사장단 인사 이후 개최하는 것이 관례다. 인사와 조직개편으로 ‘새 판’을 짠 뒤 새로운 사업 전략을 논의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사장단 인사에 앞서 회의를 여는 것은 ‘국정농단’ 검찰 수사로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에 관심이 높아졌던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어수선함 속에 회의가 인사보다 먼저 열림에 따라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새 진용 구축 지연에 따라 미래 전략 수립에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다만 김기남 부회장과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등 3인 대표이사 체제의 경우 변화보다는 유임이 유력한 만큼 내년 사업 전략 수립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회의를 예년보다 소폭 축소해 진행했던 것과 달리 이번 하반기 회의는 기존 수준의 규모로 열 전망이다. 앞서 지난 6월 상반기 회의에서는 소비자가전 부문이 국내에서 회의를 열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회의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이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