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제 자리에 머물러 있는 듯이 보여도 종종 전이돼 신체 다른 부위로 퍼지곤 한다.
의학계에서는 오랫동안 종양 세포 안에서 발생하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이같이 치명적인 사건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이런 돌연변이가 아닌 기존의 유전자도 암 전이를 촉진할 수 있음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미국 록펠러대 연구팀은 의학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25일 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출생 시 타고 나는 유전체 안의 단일 유전자 차이가 피부암의 하나인 흑색종의 진행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이런 유전적 변이가 다른 유형의 암에도 똑같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구를 이끈 소하일 타바조이(Sohail Tavazoie) 부교수(암 생물학)는 “환자들은 종종 ‘나는 왜 이렇게 운이 나쁠까?’ ‘왜 암이 퍼졌을까’ 자문하곤 한다”며, “이번 연구는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타바조이 교수는 이번 발견이 암 전이에 대한 과학자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환자가 직면한 위험을 더욱 잘 이해하도록 함으로써 치료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암 전이의 미스터리
암 전이는 암세포가 원래의 조직에서 빠져나와 다른 부위에 새로운 종양을 생성할 때 발생한다. 암에 의한 사망은 대부분 이런 전이로 인해 초래된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정상 세포 내부의 돌연변이에 따라 처음 나타난 암세포들이, 추가적인 돌연변이에 의해 이동 능력을 얻는 것으로 의심해 왔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전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입증될 수 있는 유전적 변화를 아직 찾지 못했다.
타바조이 교수팀은 이전 연구에서 APOE라 불리는 유전자를 식별해 낸 적이 있다. 암이 발생하기 전 모든 신체 세포의 DNA에 존재하는 이 유전자는 흑색종(melanoma)의 확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유전자는 암세포가 전이를 하기 위해 활용하는 수많은 과정들, 즉 혈관 생성, 건강한 조직으로의 침투, 면역세포 공격에 대한 방어 등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이는 단백질을 생산한다.
그러나 인체는 ApoE의 세 가지 버전인 ApoE2, ApoE3, ApoE4 가운데 한 가지만을 가지고 있다. 타바조이 연구실의 벤자민 오스텐도르프(Benjamin Ostendorf) 박사는 이 변이체들이 왜 사람마다 흑색종이 다르게 진행되는지를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오스텐도르프 박사팀은 각 버전의 유전자 중 하나를 보유한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ApoE4를 가진 쥐들의 종양 크기가 가장 작고, 적게 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세히 관찰한 결과 ApoE4가 종양 세포에 대한 면역반응 향상 측면에서 가장 효과적인 ApoE 버전으로 밝혀졌다.
다른 변이체를 가진 쥐들과 비교했을 때 ApoE4를 보유한 쥐들은 종양 세포의 혈관을 축소시키고 흑색종과 싸우는데 동원되는 T세포도 더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스텐도르프 박사는 “ApoE 변이체의 영향력에 차이가 나는 것은 변이체들이 면역시스템의 공격을 조절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더 나은 치료를 향해
이번 연구에서는 300명 이상의 흑색종 환자 유전 데이터를 쥐 실험에 반영했다. 그 결과, 평균적으로 ApoE4 유전자를 가진 환자들이 가장 오래 생존한 반면, ApoE2를 가진 사람들의 생존기간이 가장 짧았다.
이 같은 연관성은 치료 의사들이 환자들의 유전자를 살펴보고 암 진행 위험성을 평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또한 치료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흑색종 환자들은 종종 암과 싸우는 자신의 면역 시스템을 북돋는 치료를 받는다. 이번 연구에서는 ApoE4를 가진 사람들이 면역 강화요법에 가장 잘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ApoE 생성을 증가시키는 실험 화합물인 RGX-104가 종양과의 싸움을 돕는데 효과적이라는 사실도 보여주었다. RGX-104는 현재 임상 시험 중이다.
타바조이 교수는 다른 ApoE 변이체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의 치료를 최적화하기 위해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ApoE2는 암 전이 증가 위험과 관련이 있다. 또 ApoE3의 전이 억제 능력은 다른 두 변형체 사이에 위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바조이 교수는 “유전학적으로 생존율이 낮은 환자를 찾아 어떤 치료법이 이들에게 가장 효과적인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한편 암과는 다른 측면에서도 논의될 수 있다. 다른 연구들에 따르면 ApoE 변이체는 알츠하이머병 발병에도 관여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ApoE4가 암 진행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과 대조적으로, 신경퇴행성 질환 위험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타바조이 교수는 “ApoE가 알츠하이머병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아직 명확지 않으나, 암에 대한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이해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을 주로 연구하는 타바조이 교수 연구실에서도 ApoE와 신경퇴행성 질환과의 관련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5975)
로그인후 이용 가능합니다.
/ 배터리를 값싼 재료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5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따르면 에너지화학공학과 송현곤, 이현욱 교수팀은 배터리 양극재에서 발생한 활성산소를 제거할 수 있는 생체 반응 모방형 전해액 첨가제 ‘구아이아콜’을 개발했다. 이 물질은 인체의 노화를 늦춰주는 항산화제처럼 배터리 안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와 반응해 배터리 노화를 막는다. 기존 무기물 항산화 첨가제에
/ 극지연구소는 6일 북극 그린란드 눈에 기록된 납 성분이 10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극지연구소 이강현 박사 연구팀은 2017년 그린란드에서 채집한 눈 시료로 북반구 대기에서 배출된 오염물질과 기원지를 추적했다. 2012∼2017년 쌓인 눈의 평균 납 농도는 단위 그램당 10.6 피코그램(1피코그램은 1조분의 1g)으로, 이전 연구에서 보고된 2003∼2009년의 평균 21.5 피코그램보다 49%
/ 심장을 기증한 뇌사자에게 심장 기능을 보존하기 위해 합성 갑상선 호르몬을 투여하는 것은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심장을 손상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사자는 장기를 최대 8개까지 기증할 수 있다. 기증된 장기가 상태가 좋으면 뇌사 판정 후 최장 72시간 내 적출해 이식할 수 있다. 심장의 경우 그때까지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면서
/ 공기 중 1천℃의 고온과 강한 자외선이 있는 우주 등 극한 환경에서도 광학적 특성을 유지하며 복사 스펙트럼을 제어할 수 있는 내화 전도성 열복사 제어 소재가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나노포토닉스연구센터 김종범 박사팀은 6일 란타넘(La)이 도핑된 주석산염(LBSO)을 박막 형태로 제작, 1천℃ 고온과 9MW/㎠ 강한 자외선에도 산화되지 않는 열복사 제어 소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열복사(thermal
/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에서 나오는 저강도 LED(발광다이오드) 청색광이 초파리의 RNA 발현에 변화를 일으킨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청색광이 세포 이하 수준에서 일으키는 변화로 노화 및 생체리듬 관련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신경세포 기능을 훼손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중국 광둥성 광저우 화난사범대 왕샤오윈 교수팀은 6일 미 국립과학원(NAS) 학술지 ‘PNAS 넥서스'(PNAS Nexus)에서
/ 1억년 이상 전인 백악기 초기 지층에서 발견된 호박(amber) 속에 있는 모기 화석을 분석한 결과 수컷 모기도 암컷처럼 다른 동물의 피를 빨 수 있는 턱과 빨대의 입 구조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과학원 난징 지질학·고생물학 연구소 및 레바논대학 대니 아자르 박사팀은 5일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레바논의 백악기 하부 지층에서
/ 에어컨, 냉장고와 같은 냉방 장치 가동으로 생겨나는 온실가스 등 배출량을 2050년까지 60% 이상 줄이자는 원칙에 60개국 이상이 동참할 전망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참석해 “약 63개국이 ‘냉방 연합'(Cool Coalition)의 공약에 지지를 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UNEP는 올해 COP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