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저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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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신승철은 2010년도에 동국대학교에서 『펠릭스 가타리의 분열분석과 미시정치』라는 논문으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6년도 <생명인권운동본부(자살예방센터)>의 연대팀장과 2007년도 <초록정치연대>의 정책위원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철학상담과 공동체의 돌봄과 치유의 관계망, 가타리의 에코소피(eco+philosophy)와 미래진행형으로서의 욕망이론을 연결 짓는 색다른 이론적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동국대, 경희대, 한성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철학공방 별난> 공동대표, 동물보호교육센터 추진위원, 가톨릭 생명윤리연구소 전문연구위원, 동물보호무크 『숨』 편집위원, 경희대 약학대학 실험동물윤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역서로는 『사이버-맑스』(2003, 이후)가 있으며, 저서로는 『눈 밖에 난 철학 디지털로 본 철학』(2005, 중앙M&B), 『대한민국 욕망공화국』(2008, 해피스토리), 『에코소피』(2008, 솔), 『대한민국 욕망보고서』(2011, 당대), 『펠릭스 가타리의 생태철학』(2011, 그물코), 『사랑과 욕망의 영토』(2011, 중원문화), 『분열과 혁명의 영토』(2011, 중원문화), 『스피노자 인문치료 가이드』(동녘, 근간)가 있다.
목차
- 프롤로그
게임루저
꿈루저
외모루저
돈루저
실업루저(백수)
빚루저
연애루저
학벌루저
가족루저
주택루저
생활루저(은둔루저)
직장루저
건강루저
관계루저
지방루저
책 속으로
루저에 대해서 연구해 보고자 했을 때 우선 임상적 사례가 될 만한 사람은 나였다. 대학을 늦게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 나는 처음으로 경쟁이라는 상황을 접하게 되었다. 그 상황은 마음을 분열시켜서 연대의식과 협력적 관계보다 성공을 향한 맹목적인 충동을 갖게 했다. 그리고 패배, 긴 패배가 있었다. …… 나는 집에서 거의 나오지 않고 밤이면 게임을 하고 인터넷을 하고 백수 생활을 해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현재에 대한 우울감, 미래에 대한 불안감, 그런 생각들을 망각하기 위한 수많은 생활 설정과 중독적 기계장치들이 있었다. 나의 젊음은 그렇게 지나갔다. ……아무래도 루저의 삶은 루저만이 안다고 루저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나 자신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모든 고립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위안과 새로운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 행동에 나설 때라고 생각했다.
―‘프롤로그’에서
그녀를 다시 만난 것은 비가 엄청나게 내리는 오후였다. 그녀는 갑자기 사랑의 좌절에 대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이별과 헤어짐, 차임의 연속에서 그녀가 내린 결론은 외모의 중요성이라는 것이었다. 그녀는 남성들이 대부분 외모로 평가하고 외모를 기준으로 삼아 여성을 만나고 있다는 점을 얘기했으며, 회사나 사회생활에서 외모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비중을 갖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얘기했다.
―‘외모루저’에서
그가 진 빚은 3500만 원가량인데, 빚이 많은데도 철모를 때 명품을 몇 가지 샀던 것에 대해 후회와 자괴감을 갖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나는 그가 나이에 비해 큰 빚을 지고 있다는 데 적잖이 놀랐다.
그는 불안과 우울, 정체를 알 수 없는 시달림, 쫓겨 다닌다는 강박관념 등에 시달리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모습을 보여 왔다. 특히 최근에는 이자 납입일을 하루라도 어기면 대부 대출 업체에서 전화가 와서 한바탕 협박과 으름장을 놓기 때문에 그때마다 완전히 자존감을 상실하고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빚루저’에서
사랑은 정상적인 심리 상태에서 볼 때 광기나 미친 행동처럼 보이는 격렬한 욕망의 흐름을 만든다. 중요한 것은 두 사람 모두 그 흐름에 몸을 싣고 같이 미쳐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혼자만 미친다면 사랑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래서 같이 미칠 수 있도록 교감과 교류를 통해서 서로에게 탈출구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삶을 흔들리게 하고 불안정한 현실의 기반을 송두리째 빼앗아갈지도 모를 위험한 행동을 사랑이 만들 거라고 두려워하는 젊은이들에게 사랑이 만들어 내는 에너지의 흐름, 물질의 흐름, 정서의 흐름에 몸을 맡기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연애루저’에서
나는 그에게 차분히 물어보았다. “만섭 씨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죠?” 만섭 씨는 아주 난처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나의 전부입니다.” 나는 조금 잔인한 질문을 하기로 했다. “가족들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그는 대답을 쉽게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의 고민의 가운데에는 아주 내밀한 부분이 있다는 인상도 받았다. 내가 그 부분을 좀 얘기해 달라고 하니, 그는 처음에는 조금 망설이며 주저하다가, 아내가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가족루저’에서
출판사 서평
대한민국 루저들이여, 부끄러워 말고 전진하라!
◆ 루저 주제에 감히?!
루저로 불리는 자들이 있다. 사람들은 그들을 보면서, 못생겼다고, 뚱뚱하다고, 가난하다고, 실업자라고, 돈이 없다고, 지방에 산다고, 삼류대학을 나왔다고, 알바나 하면서 산다고 비아냥거리고 비웃고 멸시하고 놀린다. 그들을 패배자라는 뜻을 가진 ‘루저’라고 칭하면서 낙인을 찍는다. 물론 공식적인 자리나 면전에서 대놓고 그러는 경우는 드물다. ‘루저’들을 존중해서라기보다는 싸움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끼리끼리의 잡담, 각종 인터넷 게시판, 뒷담화 자리 그리고 무엇보다 ‘속’으로 ‘루저 주제에!’라고 수도 없이 폄하하고, 사실상 침을 뱉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다, ‘루저 주제에!’, 루저 주제에 결혼을 하겠다고, 루저 주제에 잘 나가는 사람들과 같은 대우를 받겠다고, 루저 주제에 설치고 다닌다고, 루저 주제에 남들 앞에 나선다고, 루저 주제에 꿈을 갖는다고,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한다. 인터넷에 나도는, 학력과 재력과 외모를 기준으로 한 정체불명의 등급표는 세간의 그러한 인식에 묘한 근거까지 더한다. 자, 이쯤 되면 루저라 불리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까. 공식적인 자리나 면전에서 대놓고 드러내는 경우는 드물지만, 상당한 자기 비하, 절망감, 우울증에 빠져 있는 게 사실이다. 하루하루 먹고사는 것도 힘든데, 손가락질까지 받으니 기분이 더럽고 뭐 같을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다.
◆ 루저 여러분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루저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런 고통을 겪어야 할까. 루저 논란의 근원에는 어떤 사회적 병리가 숨어 있는 것일까. 좋은 외모 유전자와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은 한정이 되어 있으니 누군가는 그저 그런 외모에, 그저 그런 대학에(혹은 대학을 나오지 않거나), 그저 그런 직장에(혹은 직장을 구하지 못하거나) 다닐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아닌가. 그게 어떻게 루저들의 죄인가. 위로를 받고, 뭔가 더 좋은 소리를 들어야 하는 쪽은 바로 ‘루저’ 쪽이 아닌가. 그보다, 왜 루저 당신들은 스스로에 대한 비하와 자책과 절망에 빠져 지내는가. 『루저의 심리학』은 바로 그 루저를 대상으로 하는 책이다. 실제에 기반을 둔 가상 인터뷰를 통해, 루저들의 자기 비하 심리의 근원을 추적한다. 그리고 루저들에게 새로운 삶을 향한 도약을 권하고, 치유의 해법을 제시한다. 책에는 다양한 루저들이 등장한다. 나열을 해보자면, 게임루저, 꿈루저, 외모루저, 돈루저, 실업루저(백수), 빚루저, 연애루저, 학벌루저, 가족루저, 주택루저, 생활루저(은둔루저), 직장루저, 건강루저, 관계루저, 지방루저가 등장한다. 저자는 바로 이 루저들을 대상으로 하나의 루저 지형도를 그리고 있다.
◆ 그런데, 루저에게도 문제는 있다, ‘스스로를 루저라고 비하한다는……’
이 책은 루저에게 단순한 위안을 안겨주는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밑도 끝도 없이, 루저를 깔아뭉개는 불합리한 세상을 바꾸자고 선동하는 책도 아니다. 저자가 초점을 맞추는 타깃은 무엇보다 루저가 자기 자신을 인식하는 관점을 전환하고,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에 있다. 이는 외면적 가치, 차별, 배제, 폭력, 증오가 일반화된 우리 사회의 가치 기준이 루저 자신에게 내면화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저자의 인식에서 비롯한다. 물론 궁극적인 목표는 사회의 변화, 세상의 변혁이겠지만,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루저가 스스로에게 부과한 ‘세상의 뒤틀린 가치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저자는 암시한다. 그래서 외모루저는 외모라는 기준에서 벗어나야 하고, 돈루저는 돈이 제일이라는 기준에서 벗어나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들을 중심으로 마음의 지도를 재편해야 하고, 직장 내 삭막한 인간관계에 시달리는 직장루저는 직장 동료들을 경쟁자로 여기는 자신의 심정부터 돌이켜보아야 하고, 계산적 연애에 질려버린 연애루저에게는 바로 자기 자신이 상대방을 계산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해서 반성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 “앗! 우리 얘기잖아!” 동질감에서 오는 즐거움까지 …… 루저들의 지침서
사실 루저에게 건강한 삶과 심리적 치유에 대한 조언을 하는 글들은 많이 있다. 그런데 왠지 그런 글들이 훈계조라서 따분하게만 읽히는 사람에게 이 책은 색다른 즐거움을 줄 것이다. 우선 이 책은 무엇보다 실존하는 루저들을 바탕으로 한 가상 인터뷰를 기반으로 했다. 루저가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고, 속내를 털어놓고 있어서 거부감이 덜하다. 저자는 인터뷰를 통해서 루저의 심리를 파악하고 넌지시, 그리고 아주 작은 실천의 단서를 제공한다. 이를테면 학벌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학벌루저에게는 학벌 중심의 가치관에서 빠져나오라고 무작정 주문하기보다, 학벌로 얽히지 않은 즐거운 인간관계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라 조언한다.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자신을 비하하던 루저가 작은 실천으로 마음에 조금 변화가 생긴 다음에 자기 자신에게 글을 쓰는 대목이다. 이는 자기 치유의 과정을 통해 루저가 어떻게 스스로를 극복하고 좀 더 건강한 자아를 회복하게 되는가를 보여준다. 독자들은 이런저런 책의 대목들을 접하고 따라가는 것 자체를 통해서 묘한 치료의 효과와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한편,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자기 자신이 사실은 루저였다고 고백을 한다. 어쩌면 저자 자신이 자기 비하의 심정, 타인의 따가운 시선, 불투명한 삶의 전망 등으로 고통을 받은 적이 있었기에, 루저들에 대한 책을 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루저가 심리적 피폐함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떤 ‘기준’을 충족하는 조건들을 얻음을 통해서가 아니다. 다시 말해 돈을 많이 벌게 되고, 좋은 직장에 취업을 하게 되고, 성형 수술을 하게 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그런 식의 해법을 이 책이 말하는 것도 아니다. 책이 중점을 두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래, 나 루저다, 어쩔래?”라는 당당함으로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색다른 삶, 기발한 실천, 승자와 패자를 가르지 않는 유쾌한 관계를 모색하자는 것이다.
※TIP - 이 책은 지적인 호기심을 지닌 독자들의 욕구도 충족시킬 것이다. 철학 박사 학위를 가진 저자가 스피노자와 펠릭스 가타리의 철학을 이론적 배경으로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려운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다만, 현대 프랑스 철학과 욕망/접속/배치 등의 문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직장루저의 대부분은 직장이 마치 작은 정치판처럼 바뀌어 있는 상황에 대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어찌 보면 유연하지 못한 사람들로 보일 수 있지만 직장이 갖고 있는 원칙에 가장 많이 순응한 사람이기도 하다. 직장이라는 곳이 돈을 벌기 위한 공간이라고는 하지만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고 사람의 온정과 숨결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경쟁은 바로 동료를 적으로 보라고 얘기를 한다. 이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낙오하거나 스트레스로 인해서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직장루저’에서
기본정보
ISBN | 9788964360477 |
---|---|
발행(출시)일자 | 2012년 07월 09일 |
쪽수 | 288쪽 |
크기 |
148 * 210
* 20
mm
/ 430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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