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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를 다시 쓴 ‘청’의 재발견

김가영

입력 2014. 08. 1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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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 왕조 인식 깨고 청 제국의 본질·성과 명시

제국주의 피해자 아닌 참여자로 인식 변화 주문

청 지지 세력에 대한 편견도 선전 결과로 해석

 


 

 

 

하버드 중국사 청:중국 최후의 제국
윌리엄 로 지음/기세찬 옮김/너머북스 펴냄


 

 청(淸)에 대한 20세기 서구 역사학계의 지배적 관점은 ‘근대 서구와 발 빠르게 보조를 맞추지 못해 쇠퇴한 폐쇄적 중국 왕조’ 정도로 요약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청은 19세기 말 서양과 일본 제국주의의 수동적 피해자이자 중화민국이라는 한족(漢族) 민족국가 탄생의 도입부일 뿐이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부터 중국이 부상하기 시작해 최근 주요 2개국(G2) 반열에까지 오르자 학계 패러다임은 바뀌기 시작한다. 1842년 아편전쟁과 난징조약이라는 외부 충격이 중국 근대화의 시발점이었다는 서구중심주의, 중화민국 수립이 근대화의 필연적 결말이었다는 한족 민족주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윌리엄 로 미국 존스홉킨스대 역사학과 교수의 저작 ‘하버드 중국사 청: 중국 최후의 제국’은 그처럼 변화된 인식의 연장선에 있다. 서구중심주의와 한족 중심의 민주주의에 반기를 든 이 책은 청 제국의 본질이 무엇인지, 청이 긴 중국 역사와 유라시아 공간에서 무엇을 이뤄냈는지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책은 19세기 말 중국을 제국주의 열강의 피해자로 보는 대신 제국주의 행위의 참여자로 바꿔 인식할 것을 주문한다.

 청의 영토는 이전 왕조인 명(明)보다 배 이상 넓어졌고 인구도 3배 이상 늘었다. 인구 구성은 한족뿐만 아니라 티베트족·위구르족·몽골족·미얀마인·태국인·대만 원주민에 청 개국세력인 만주족까지 아울렀다.

 저자는 이런 점에서 청의 제국주의적 팽창이 20세기 초까지도 적극적으로 추진됐고, 그 결과 중국의 역대 왕조 가운데 가장 큰 정치적 실체를 이뤘다고 강조한다.

 이런 관점에서는 당시 조선에 대한 청의 전략도 다른 맥락에서 해석된다. 19세기 말 청이 조선을 상대로 보인 모습은 종주권 유지를 위한 소극적 조치가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팽창주의적 서구 열강이 쓴 수법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는 것이다. 더불어 당시 조선 내 청 지지세력을 보수주의자로, 친일 세력을 진보주의자로 규정한 것은 일본 팽창주의자의 의도적 선전에 따른 결과로 본다.

 책은 청 제국이 광대한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 관료가 아닌 거주 공동체, 종족, 상인조합 등에 의존하면서 ‘작은 정부’를 지향했다는 점도 눈여겨본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넓은 영토를 점유한 청 제국이 서양인들의 편견처럼 내향적이고 폐쇄적인 왕조가 아니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청의 중국 정복에서 멸망까지 통사를 다뤘지만, 단순히 정치나 군사 문제를 시기적으로 나열하지 않고 문화·사회·상업 분야까지 두루 다뤘다. 미국 하버드대의 특별기획 ‘21세기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 6권이지만 한국어판으로는 시리즈 가운데 처음 출간됐다. 기세찬 국방대 군사전략학과 교수가 번역을 맡았다.

김가영 기자 < kky7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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