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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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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이덕일
숭실대학교 사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동북항일군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 《당쟁으로 보는 조선 역사》를 시작으로 《사도세자의 고백》,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 1~3》(공저), 《송시열과 그의 나라》, 《아나키스트 이회영과 젊은 그들》, 《이덕일의 여인열전》,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1?2》, 《조선 왕 독살사건》, 《장군과 제왕 1?2》, 《조선 최대 갑부 역관》, 《한국사의 천재들》(공저), 《조선 선비 살해사건 1?2》, 《정조와 철인정치의 시대 1?2》 등 한국사의 쟁점에 정면 도전하는 역사서들과 역사에 묻혔던 인물들을 찾아내 재해석하는 책들을 펴냈다. 풍부하고 정확한 사료에 근거한 역사서 집필로 대중역사서의 새로운 스타일을 개척했으며, 흡입력 있는 문체로 기존의 정사뿐만 아니라 야사와 어울려 흥미로운 우리 역사의 숨겨진 이면을 밝혀내고 있다. 현재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으로 있다.
목차
- 1부 중화라는 이름의 감옥을 깨다
정도전-하룻밤에 잘려 나간 북벌의 꿈 토지개혁을 주도하고 요동 정벌을 추진하다
조식-칼을 찬 선비, 칼을 품은 선비 ‘사화의 시대’에 제수된 벼슬을 한사코 거부하다
이경석-글을 배운 것이 천추의 한이다 사대부에 맞서 주화론을 제기하다
윤휴 1-‘사문난적’이 될지라도 승복하지 않다 복고적 해법에 반대하여 다원사상 체제를 주창하다
윤휴 2-조정이 어찌 유학자를 죽이는가 예송 논쟁에 뛰어들고 북벌과 호포제를 주창하다
정제두-어느 양명학자의 커밍아웃 사대부에 반대하며 강화학파의 전통을 수립하다
유득공-사대부여 왜 발해를 무시하는가 서얼 지식인으로 역사 인식의 혁명적 전환을 이루다
2부 신선한 공기는 죽음보다 감미롭다
최치원-유학정치로 진골에 맞서다 당나라에서 문명을 떨친 뒤 신라 개혁에 뛰어들다
이징옥-사대의 나라에서 황제를 꿈꾸다 변방의 숙장이던 그가 수양대군과 충돌하다
허난설헌-여성과 빈민은 같은 처지다 시대의 모순에 시로 맞서 싸운 저항 시인
허균-정말 율도국을 세우려 했는가 뛰어난 재주로 출세가도를 달리다 사형을 당하다
홍경래-폭정은 영웅을 낳는다 과거를 포기한 후 세상을 향해 붓 대신 칼을 들다
정하상-아이처럼 즐겁게 형장으로, 천국으로 풍양 조씨의 박해에서 천주교를 지키다
김개남-새로운 남조선을 개창하다 동학농민혁명을 조직하고 가장 급진적인 개혁을 실시하다
3부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마라
김육-죽어서도 대동법을 외치다 공납을 폐지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다
이익-혁명을 꿈꾸며 농사를 짓다 서얼·농민·노비의 등용을 주장하고 농사와 학문을 택하다
유수원-사농공상은 다 일하라 경종에 대한 충심을 간직하던 선구적 실학자
이긍익-가운은 기울어 역사가를 낳다 당파성을 배제한 역사서 《연려실기술》을 남기다
박제가-놀고먹는 자들은 나라의 좀이다 이용후생으로 가난을 물리치려 하다
4부 내가 가면 길이 된다
천추태후-황제국가 고려를 위하여 고려를 제후국으로 만든 유학 세력과 싸우다
김시습-신동, 통곡하며 책을 불태우다 단종이 물러난 뒤 끝없이 방랑하다
김일손-능지처참에 부관참시, 사관의 길 훈구파와 연산군의 노여움을 사 젊은 나이에 죽다
유몽인-그건 반정이 아니라 쿠데타요 광해군에 대한 절개를 지킨 활달한 문장가
강홍립-정말 오랑캐에게 투항했을까 광해군 명을 받아 후금과의 전쟁터로 달려가다
이광사-이 한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리 당쟁에 휘말려 평생을 유배 속에서 살다
김창숙-어찌 야단스럽게 고문하느냐 아나키스트들과 의거를 일으키고 이승만 정권에 맞서 싸우다
책 속으로
필자는 그 시대와는 불화했던 사람들에게 우리 시대로 걸어오라고 작은 오솔길을 놓았다. 그러자, 주자와 달리 경전을 해석했다고 사문난적으로 몰렸던 윤휴, 주자학에 반대해 양명학자임을 선언했던 정제두, 여성 차별과 지역 차별에 맞섰던 허난설헌과 홍경래, 인조반정을 쿠데타라고 꾸짖었던 유몽인, 서얼 출신으로 새 세상을 지향했던 유득공과 박제가, 정약용 형제보다 더 오랜 귀양 생활 끝에 유배지에서 죽어간 이광사 형제, 그리고 새로운 나라를 개창하려던 동학의 영수 김개남 등 스물다섯 명이 그 시대를 넘어 우리 시대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그들은 자신들의 지난했던 삶으로 우리에게 묻고 있었다. ‘너희들의 시대는 나의 시대와는 다른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리라. -서문 중에서
김일손은 정5품 정도의 벼슬을 하다가 젊은 나이에 죽었으나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세계관을 펼쳤다. 그의 호 탁영자(濯纓子)는 ‘갓끈을 씻는 사람’이란 뜻으로서 초나라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詞)’ 중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으리(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에서 따온 것이다. 창랑의 물이 흐린데 갓끈을 씻으려 한 김일손. 그만큼 세상에 분노했고, 그만큼 세상을 사랑한 것이리라. 흐린 물에 갓끈을 씻으려 한 대가는 사후에도 가혹했다. 연산군은 재위 10년(1504)의 갑자사화 때 ‘김일손의 집 땅을 깎아 평평하게 하라’고 명하고, 이미 사망한 김일손의 부친을 부관참시하고, 김일손의 첩자(妾子) 김청이(金淸伊)․김숙이(金淑伊)까지도 목을 베어 죽였다. 이들을 죽이며 연산군은, “세조께서는 가문을 변화시켜 임금이 되신 분인데, 이와 같은 말을 차마 하였으니, 어찌 이보다 더한 난신적자가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pp.266~267)
일제가 대한제국을 점령한 직후인 1910년 10월 ‘합방 공로작(功勞爵)’을 수여한 76명의 한국인들은 모두 양반 유학자였다. 《조선총독부 관보(官報)》는 이완용․송병준 등과 대원군의 조카 이재완(李載完), 순종의 장인 윤택영(尹澤榮), 명성황후의 동생 민영린(閔泳璘) 등이 귀족 작위를 받았다고 전한다.
이때 일제는 1700여 만 원의 임시은사금을 지배층들에게 내려주었는데, 김창숙은 《자서전-벽옹(躄翁․앉은뱅이 노인) 73년 회상기》에서 “그때에 왜정 당국이 관직에 있던 자 및 고령자 그리고 효자 열녀에게 은사금이라고 돈을 주자 온 나라의 양반들이 많이 뛸 듯이 좋아하며 따랐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창숙은 유림으로서 독립운동에 나선다.(pp.299~300)
출판사 서평
당대에는 버림받았던 사람들,
그들이 우리 시대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역사를 보는 또 하나의 관점, 시대에 도전한 사람들
역사저술가 이덕일이 한국사의 인물에 대한 또 하나의 새로운 관점을 던진다. 이름하여 ‘시대에 도전한 사람들’이다. ‘승자만이 살아남는’ 역사 기술의 관행을 뒤집어 역사 속에서 안타깝게 묻혀버린 인물들을 복원하는 데 힘써온 저자의 또 하나의 저작이다. 이 책은 역사의 음지 속에 묻혀 있던 인물들의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역사의 음지 속에 묻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시대정신이 이 책의 존재 이유이다. 당대와는 불화를 겪었으나 지금까지도 유효한 의미를 던져주는 시대정신을 가졌던 한국사 인물 25명의 지난한 삶을 통해, 시대와 개인, 그리고 그것이 겹쳐 만들어지는 역사라는 긴 지평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시대가 강요하는 닫힌 질서를 거부하고,
새로운 질서를 앞서 모색한 사람들
영원히 지속되는 질서는 없다. 기존 질서의 문제점에 대해 질문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며, 어떤 억압이 있더라도 문제의 해결을 위해 실천하는 고집 센 인물들이 있어왔기에, 과거에는 ‘질서에 대한 반기’였던 내용이 지금에 와서는 상식이 될 수 있었다. 변방 국가로서 생존의 빌미였던 맹목적 중화 사대주의, 사대부 중심의 신분 질서, 그에 따른 적서 차별, 완고한 가부장적 질서 하의 여성 차별 등은 한때 결코 변할 수 없는 지고의 가치였다. 하지만 이 닫힌 질서의 억압에 대해 “그건 아니요!”라고 소리 높여 외친 문제적 인물들이 있었다. 주자학 유일사상의 폐해를 지적하고 신분제 완화를 주장하다 사문난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한 윤휴, 사민평등 사상에 기반한 양명학의 사상적 체계를 세운 정제두, 자신의 계급적 이해관계에 반하여 대다수 양반 계급이 반대한 대동법 실시를 관철시킨 김육, 여성․서얼․빈민 등 약자에 대한 구조화된 차별을 고발하는 시문을 남긴 허난설헌, 전면적 체제 전복을 도모했던 혁명가 홍경래와 김개남 등은 “당대가 아니라 다음 시대와의 대화를 시도했던” 역사 속의 선각자들이었다.
“시원하게 나를 죽여라!”
죽음과 유배, 강요된 은둔에 굴하지 않는 유쾌한 결기
헨리 8세에 맞서다 사형선고를 받고 단두대 앞에 선 토머스 모어는 최후의 순간 사형집행인에게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책의 서문에서 소개된 김일경 역시, 경종 사후 노론 세력에 의해 추대된 영조를 반대하다 죽임을 당하면서, 군주 영조를 향해 “시원하게 나를 죽이라!”고 당당히 외친다. 조선 말 천주교 도입의 중심인물이었던 정하상은 형장에 끌려가는 수레 위에서 “흔쾌히 웃으며 즐거워할 따름”이었다고 한다. 자신이 인정하지 않은 군주에 맞서, 시인(是認)이 곧 죽음에 이르는 길이었던 모반자들과의 연대를 태연히 토로했던 유수원과 유몽인에게서도, 신념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유쾌한 결기를 읽는다.
책에 소개된 많은 인물들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기존 질서에 순응하여 자손대대 안락한 삶을 누릴 위치에 있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삼족이 멸해지는 죽음의 피바람에 굴하지 않고, 현세의 안락과 맞바꾼 그들의 신념은 과연 지켜낼 만한 것이었을까?
그 ‘못쓸 신념’ 탓에 당대에 버림받았던 인물들이 이 책을 통해 다시 우리 시대로 뚜벅뚜벅 걸어온다. 도도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그 ‘삐딱한 신념’의 소중한 가치가 지금은 ‘보편적 상식’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강요된 불편부당함 앞에서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 발언과 행동이 불러일으킬 불이익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유쾌한 결기는 지금 이곳, 2008년 한국 사회가 맞이한 역사적 현장에서도 너무나 소중한 덕목이다.
“라면 세 개와 소주 한 병이면 하루를 지낼 수 있다”
역사 속 약소자를 향한 편애의 뿌리
이 책 《시원하게 나를 죽여라》를 통해 다시 한 번 역사의 음지에 묻혀 있던 한국사 인물들을 발굴해낸 작업이 시도된 연유는 저자 이덕일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속칭 명문대 출신이 아닌 그가 실증주의 사관만을 정통이라 여기는 역사학계의 학맥․지적 담합의 벽을 뚫고 가기는 쉽지 않았다. 대학에 적을 두는 일이 녹녹하지 않은 가운데, 이덕일은 “라면 세 개와 소주 한 병이면 하루를 지낼 수 있다”는 결기로 역사 전문 저술가의 길을 선택한다. 지금이야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교양역사저술가가 되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짧지 않은 풍찬노숙의 세월을 보냈다. 첫 책을 내게 된 과정도 하나의 도전이었다. 책의 제목과 목차, 간략한 내용을 적어 출판사 30곳에 팩스를 넣었다. 그중 가장 먼저 연락을 취한 곳에서 낸 것이 첫 책 《당쟁으로 보는 조선 역사》였다. 이덕일은 한 인터뷰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대학에 기웃대지 않고 잘 먹고 살면서 전문가의 길을 갈 수 있다는 선례를 보여준 것”에 대한 자부심을 표한 바 있다. 그 자신 역시 시대의 통념에 맞서 인문학 연구자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낸 ‘시대의 도전자’인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84312753 |
---|---|
발행(출시)일자 | 2008년 07월 07일 |
쪽수 | 310쪽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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