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에 관한 새롭고 깊이 있는 성과 한국 전쟁의 성격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영역 중의 하나인 중국의 참전 결정 배경과 과정을 다룬 이 책은, 최근까지 공개된 모든 자료를 망라하여 시간적 공간적 역사 재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의 참전에 관한 지금까지의 글들이 주로 한국 전쟁에 관한 전체 서술의 한 부분으로, 또는 전쟁의 한 특징적 성격으로만 다루어 왔기 때문에 사실 관계의 부정확성이나 일정한 왜곡을 피하기 어려웠다. 이 책은 한국 전쟁에 관한 전면적이기도 입체적인 분석을 시도하였고, 그 성과 또한 평가 받을만하다. 이 책에서 논증하고 있는 사실들... -> 한국 전쟁 개전 전, 중국의 지도부는 김일성이 스탈린의 지지를 등에 업고 추진해나갔던 북한의 '조국 해방 전쟁'준비를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전쟁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자신들의 정책과 방침을 바꾸지 않고 있었다. -> 1950년 6월 27일의 트루먼 성명 발표 이후, 중국 지도부는 미국이 중국 대륙을 목표로 하는 '삼로향심우회'전략의 실행을 개시했다고 판단하고, 대미 교전을 예상하여 전쟁 준비를 진행시켰다. -> 8월 전반, 마오쩌둥은 9월 참전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UN군 상륙 후 준비가 가속화되었다. 그러나 각 분야 전문가들의 소극적 태도 때문에 최종 참전 결전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 참전에 반대하는 측은 군의 준비 부족, 장비의 열세, 국내 안정, 경제 최우선 등의 이유를 들었지만, 마오쩌둥은 미국의 대 중국 침략 의도 및 그것의 타파 등 전략적 관점으로부터 참전을 강하게 주장했다. 마오쩌둥의 이러한 사고 방식은 UN군이 38도선을 넘어 북상한 이후 지도 간부 대부분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 참전의 전술 구상으로서 '단기 해결'이라는 대담한 것에서부터 국경 부근에서 반격용 발판을 마련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신중한 방향으로 수정이 이루어졌는데, 미국의 '대 중국 침략'을 실력으로 저지한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일관되어 있었다. 중국 참전의 이유에 관한 다른 해석들과 이 책의 차이 중국의 한국 전쟁 참여에 관한 기존의 해석은 크게 냉전 시대의 해석과 그 이후의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냉전 시대의 해석으로는, 적극적인 것으로는 중국의 '제국주의적 야먕'(맥아더), 중국 주도 하의 한반도 통일(히라마쓰), 아시아에서의 중국의 새로운 역할(가미야)등을 들 수 있으며, 소극적인 것으로는 미국의 침략 의도에 대한 사회주의 진영 방위(중국 당국)를 들고 있으며, 부분적으로는 중국의 수풍 댐과 동북의 공업 시설 보호를 위한 완충 지대 설치 목적이 거론되어왔다. 냉전 시대 이후에는 새로이 공표된 자료들에 기초하여 보다 복잡한 배경 설명이 가능해짐에 따라 참전의 이유에 관한 보다 구체적이고 새로운 해석들이 잇달아 발표되었다.(크리스텐슨, 천첸, 쉐리타이, 선즈화 등등) 이 책의 필자는 이상과 같은 참전 이유 분석을 토대로 하면서 보다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여러 요소들을 결합한 '면상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즉 중국 참전의 주 요인을 한반도를 전장으로 선택했던 미국의 '대 중국 침략 계획'을 타파하고자 하는 중국 지도부의 결의라고 파악하는 가운데, 당시 특정한 역사적 조건 아래서 '중국식 사고 방식'의 영향 아래 마오쩌둥의 대미 전략 중시 사상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자국 이익을 위해 참전했다고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자국 이익이라는 것은 전쟁이 중국 본토로 비화하여 경제 건설이 후퇴하게 되는 것까지 감수하면서도 감행한 것을 보면, 오늘날 흔히 말해지는 단순한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 정권 존속과 자국 방위라는 보다 넓은 차원의 것이었다고 보고 있다. 국가 위신 제고라는 측면에서 중국 참전 이유를 보는 것에 대해서, 이 책의 필자는 중국의 참전 결정 계산에 아시아에서의 중국의 위신 같은 것을 미리 생각하고 있을만큼 당시의 중국이 그리 여유롭지 못했으며, 오히려 중국 위용군의 개입 후 생겨난 결과로 파악하고 있다. 마오쩌둥의 역할에 대해서... 그리하여 최종적으로는, 내부에서의 대다수의 반대와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관하여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인 마오쩌둥의 지도력과 상황 판단력에 대한 의미있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 책을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수없이 부딪히는 의문들 대부분이 어쩌면 마오쩌둥의 머리 속에서만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이고, 그리고 그의 일관되고 집요한 추진력에 의해서만 중국의 한국 전쟁 참전의 동력이 읽혀질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