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논현) 안준철 기자
“33번을 못 달고 은퇴하는 건 아쉽습니다.”
지난 31일 은퇴를 선언한 프로농구 리빙레전드 양동근(39·현대모비스)는 특별히 33번을 언급했다.
1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양동근은 눈시울을 붉혔다. 은퇴하는 선수들 대부분 가족들을 언급할 때 눈물을 비춘다. 양동근도 그랬다.
↑ 1일 오후 서울 신사동 KBL 센터에서 울산 모비스의 양동근이 은퇴를 선언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양동근이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서울 논현)=천정환 기자 |
윌리엄스는 양동근이 프로 데뷔 후 2~3년차 시즌을 함께 했던 외국인 선수다. 2004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프로 무대를 밟은 양동근이지만, 세밀함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 양동근이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가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올어라운드 플레이어인 윌리엄스를 만나면서부터였다. 윌리엄스는 양동근과 함께 치른 2시즌 모두 현대모비스를 정규리그 1위로 이끌었다. 양동근은 두 시즌 연속 MVP를 받았다. 윌리엄스는 2005-06시즌 외국인 선수상을 받았다.
윌리엄스가 현대모비스를 떠난 뒤에도 둘의 우정은 계속됐다. 윌리엄스는 2011-12시즌 고양 오리온에서 뛰기도 했다. 윌리엄스가 은퇴한 뒤에도 윌리엄스가 양동근과 가족을 미국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윌리엄스가 급작스레 사망했다.
유니폼에 윌리엄스를 추모하며 CW33을 새기고 뛰던 양동근은 2019-20시즌 마지막 라운드에 자신을 상징하는 6번이 아닌 33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뛸 예정이었다. 33번은 크리스 윌리엄스의 등번호. 하지만 정규리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프로농규 정규리그가 조기에 종료되면서
양동근에게 1경기만 더 주어진다면 함께 하고픈 선수에도 윌리엄스의 이름이 빠지지 않았다. 그만큼 양동근의 농구 인생에서 윌리엄스의 존재는 컸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