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 Talk

'15만원으로 인생최고의 친구를 얻었습니다'

최미수1 0 920 2018.02.06 18:51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고1 때 우리 반에 공부 잘하고 운동 잘하고 잘생기고 게다가 집까지 잘사는

소위 '엄친아'가 있었습니다.

붙임성도 많아서 친구들한테 인기도 좋았죠.

저는 그 녀석이랑 아주 친하진 않았고 그냥 적당히 친한 사이였구요.



당시가 97년이었는데, 년도를 보면 아시겠지만

IMF가 터지고.. 사업체를 하시던 그 녀석 아버지는 쫄딱 망하셨습니다.

(표현이 좀 그런가요. 아무튼 상당한 부채를 떠안고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고 들었습니다)



평소에 항상 미소짓고 있던 아이의 얼굴에서 어느새 웃음이 사라지더군요.

잘 버텨낼줄 알았는데 정말 힘들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2학년이 됐고, 저와 그녀석은 또 같은반이 됐습니다.

좀 방황하는 것 같더라구요.

친구들이랑 얘기도 잘 안하고, 학교도 자주 빠지더군요.



그리고 수학여행 갈 시즌이 다가왔죠.

장소는 제주도였습니다. 그때 다른학교는 수학여행도 안간다 뭐다 말도 많던데

우리학교는 애들이 다 어느정도 사는 편이라 그랬는지 그냥 제주도로 확정되더군요.



제가 반장이어서 수학여행비를 걷었죠.

15만원선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아무튼 거의 다 돈을 걷고 몇명 안남았었는데

그 안낸 사람중에 그 녀석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번 우연찮게 학교 내 공중전화 박스에서 그 녀석이 전화하는 걸 듣게 되었습니다.

선생님 심부름으로 지나가다가 들었던 것 같은데..

뭐 아무튼 소리가 작아서 잘 안들렸는데 갑자기 그녀석이 전화기에다 대고 소리를 지르더라구요



"안가면 되잖아!! 안간다고!!"



이러고 전화를 툭 끊고 어디로 뛰쳐가버리더군요.



아무래도 수학여행 비용 때문에 그러는 것 같아서, 곰곰히 생각해보다가

아버지께 말씀드렸습니다.



반 친구가 돈이 없어서 수학여행을 못가는 것 같다.. 제가 대신 내주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아버지한테 좀 빌리고 싶다고요.



저희집도 잘사는건 아니었지만 아버지가 공무원이신 관계로 아이엠에프때 별 타격은 없었고

먹고살만은 했습니다. 아버지가 좋은 생각 했다고 흔쾌히 허락해주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다른 친구들한테는 티 안나게 그 친구 돈을 대신 냈죠.



그리고 결국 같이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 녀석은 수학여행 가서도 여전히 말 없고 조용했지만 한번씩 친구들 농담할 때 웃는걸 보니까

기분이 참 좋더군요.



저는 제가 담임선생님 말고는 아무한테도 대신 돈을 냈다는 사실을 얘기 안했기 때문에

그 녀석도 모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그 후로도 티 안내길래 모르는줄 알았죠.



어쨌든 그럭저럭 2학년을 마치고 고3이 되었습니다. 다른 반이었던 관계로 소식은 잘 몰랐는데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굉장히 공부 열심히 한다고 하더군요.



입시를 마치고 저는 그저그런 대학에 진학했고 그 녀석은 꽤나 괜찮은 대학에 들어갔다고만

들었습니다. 뭐 나름 이것저것 하며 살다가 저는 중소기업에 취직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중.. 얼마 전에 모르는 번호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그 친구였습니다. 만나자고 하더군요.



10년만에 보는 얼굴이 굉장히 반가웠습니다.

비록 많이 친하진 않았지만 저에겐 나름 사연이 있었으니 그 때 생각도 나면서 더 반가웠죠.





그 친구가 다짜고짜 고맙다고 합니다.

그 때 네가 나를 살렸다고.. 네 덕분에 지금 내가 있다고.

수학여행비가 없어서 수학여행을 못간다는게 자기한테는 너무 비참해서

정말 죽고싶었다네요. 집은 어렵지 공부는 안하지 안되지 학교는 겉돌고 있지..

그런 상황에서 수학여행비 없으니 수학여행 못보내주겠다는 부모님이 너무 원망스러웠고

비참한 심정이었다고..



담임선생님을 통해서 제가 대신 수학여행비를 냈다는 사실을 알고, 처음엔 조금 자존심이 상했는데

그래도 막상 수학여행을 가게되서 너무 고마웠다고 얘기를 하면서 키 이따만한 놈이 눈물을

줄줄 쏟더군요.



그 후로 그 녀석 독하게 공부했답니다.

대학은 그 좋다는 모 대학 의대 들어갔더군요.

대학에서도 밤새 공부하면서 장학금 딱 한번 놓치고 다 받았답니다.

지치고 힘들 때마다 저를 생각하면서 졸던 거 깨고 쏟는 코피 틀어 막았다고..



지금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한다면서 100만원짜리 수표 든 봉투를 내밀더군요.

제가 극구 안받는다고 했는데 박박 우기면서 너한테 받은 고마움은 돈으로 셀 수도 없지만

그냥 내 조그만 마음이라면서 끝내 제 손에 쥐어주더군요.



그 후로 이런저런 얘기 참 많이 했습니다.

왜 그렇게 고마웠으면서 여지껏 연락 한번 없었냐니까 연락하면 자기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았다고,

기필코 성공하고 찾아가겠다고 마음먹었다네요.

집안사정도 지금은 꽤 괜찮아졌다고 그러고..





아무튼 전 지금 정말 행복합니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저로 인해 힘을 얻어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너무 좋은 친구를 얻었다는것..



그 친구랑은 이제 죽을때까지 멀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젠 오히려 제가 그 친구 보고 자극받아서 열심히 해야겠어요..^^







긴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출처 : '15만원으로 인생최고의 친구를 얻었습니다' - Pa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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