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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편지 1263호 |
오래된 나무처럼 강인한 사람이 되고 싶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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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 갔을 때, 어느 마을을 100년 넘게 지켜온 커다란 나무가 그곳 사람들의 쉼터가 되는 것을 보고
하염없이 그 나무를 바라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한 자리에서 그 마을을 오랫동안 지켜온 나무는 어딘가 숭고한 기운이 느껴졌고, 그
기운이 마을 사람들에게 가 닿아 모두가 평온해 보이는 것 같았어요. 도시에서는 그런 존재를 보기 힘들어서, 나를 지켜줄 것 같은
나무가 있는 마을 사람들이 부러워지기까지 했습니다.
’언제나, 항상 그곳에 있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존재가 있으신가요? 저는 집 주변의 공원과 호수가,
여의도 공원의 숲이, 좋아하는 지역의 바다가 생각나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내게 위안을 주는 ‘항상 그곳에 있는’
존재들이란 역시 자연의 것들입니다. 마음이 약해질 때 나무들이, 햇살이 반겨주는 숲에서 숨 쉬고 나오면 긍정의 기운이 솟아나는 건
항상 그곳에서 세상을 견뎌온 생명들이 내뿜는 힘이 우리에게 전해져서가 아닐까요.
박노해 시인은 사진 에세이
『올리브나무 아래』
에서 “세상이 다 이렇고 인간은 이런 거라고 ‘악의 신비’가 드리울 때면, 나는 천 년의 올리브나무를
바라본다.”고 했습니다. 천 년 된 올리브나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희망이 솟아나는 것 같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풍경들을, 사건들을 견뎌 온 그 나무는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경건해질 테니까요. 척박한 땅에서도 몸을 비틀며 자라나 자신의
것들을 온전히 내어주는 나무. 사진 속 나무처럼 오래 살아남은 나무를 가만히 보면 한결같은 사랑이 떠오르고, 깊은숨을 쉬며
기도를 하게 됩니다.
이번 주말에는 산에 가야겠습니다. 기도할 것들이 많아진 만큼 나무들의 힘을 받고 싶어서요. 나를
잠식하려 하는 불안과 우울을 나무 곁에서 털어내겠습니다. 걷기 좋은 요즘, 내가 사는 곳 주변의 오래된 나무를 찾으러 산책을
나가보면 어떨까요? 모두 자연의 기운을 가득 받을 수 있는 계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나영 (에세이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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