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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편지 1203호 |
변방에서 바라본 중원의 역사, 중국사를 균형 있게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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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믿지 않지만 '달에서도 보이는 만리장성'이라는 가짜 뉴스가 있었습니다. 장성의 길이가 만 리나
된다고 하니 달에서도 보일 거라 믿은 거죠. 만리장성에 관한 오해 중 또 다른 하나는, 단단한 돌로 지어진 성이라는 편견입니다.
1793년 영국의 사절 매카트니도 장성의 일부 석재 구간을 보고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모든 건물에 사용된 분량"일 만큼 엄청난
건축물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죠. 물론 돌로 지어진 구간도 있습니다. 큰 석재와 벽돌을 이용한 축성법을 명나라 이후 제국의 중심부를
보호하는 구간에 썼습니다. 그 시기부터 대포가 중요한 무기였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 돌로 쌓은 것이죠. 그에 비해 명나라 이전에
세워진 구간은 흙과 돌멩이 등으로 쌓은 곳이 많다고 합니다.
역사학자 김기협이 쓴
『오랑캐의 역사』
는 만리장성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만리장성은 자신을 화(華)로 표현한 한족과, 오랑캐(이夷)로 부른
집단을 나눈 경계였습니다. 중국, 나아가 아시아 문명은 이 두 집단의 관계사이기도 한데요. 둘은 때로는 갈등하고 때로는 협력하며
역사를 만들어갔습니다. 이 책은 흉노, 돌궐, 몽고, 거란, 여진만이 아니라 이슬람, 양이(서구)까지 포함하여 2천 년 역사를
서술합니다. 중앙에서 서술한 중국사 관점에서 벗어나서 만리장성 밖의 시선으로 과거를 해석합니다. 원나라의 세계 정복과 명나라
정화의 대항해를 거쳐 현대 중국이 구상하는 일대일로까지, 중국사는 한반도 지정학과도 깊게 관련 있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중국사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이죠.
-손민규 (역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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