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Culture

까치의 푸른 빛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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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첫 눈이 왔다지만 우리 동네엔 아무 기별도 없는 날이었다. 해가 떠 있어도 추운, 가을보다는 겨울이란 말이 어울릴 만큼 뺨에 닿는 바람이 매서운 날이었다. 네 발로 걷는 개의 걸음이 여느 때보다 빠른, 부들부들 떨면서도 산책로를 수색하는 일을 결코 멈추지 않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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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 나는 그 새를 보았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파랑새』에 나오는 파랑새가 저랬을까, 몸뚱이가 푸른 빛을 띤 회색이었다. 한 떼의 파랑새. 이들은 어디서 왔을까. 파랑새 근처를 끊임없이 얼쩡거리는 까치들이 해답을 알려주었다. 아, 까치새끼였다. 나는 이 날 처음 알았다. 까치새끼는 자라면서 파랑새와 같은 색을 띤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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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새끼들은 오종종 걸었다가 튀어 올랐다가를 반복하며 내 시야를 어지럽혔고, 그 때마다 까치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날갯짓으로 검은 날개를 파닥였다. 혹여 자기 새끼에게 수상한 누군가, 예를 들어 나나 우리 집 개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경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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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파랑새를 마주치고 나니 최근 읽은 소설 차무진의 『인더백』? 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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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 작가의 소설 『해인』을 읽은 후 그의 팬이 되었다. 『해인』은 총 세 번 읽었다. 처음 도서관에서 빌려서 두 번을 연달아 읽고, 속편이라고 할 수 있을 『모크샤, 혹은 아이를 배신한 어미 이야기』? 를 읽고 또 읽었다. 그렇게 읽을 때마다 『해인』은 새로운 교훈을 준다. 이런 차 작가와 직접적인 인연이 닿은 것은 그의 아내 덕이었다. 네이버 블로그에 2017년 8월, 소설 『해인』의 평을 올렸다. 그러고 얼마 후, 비밀댓글이 달렸다. 차 작가의 아내분이라며 평을 좋게 써줘서 너무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이 댓글에 답글을 달며 시작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질 줄은 이 때엔 짐작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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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식으로 안부를 묻게 된 차 작가. 올해 초, 신작을 쓰는데 책이 나올 출판사가 안 정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소식에 나는 가장 먼저 김민섭 작가가 생각났다. 우연히 카페 홈즈에서 만나 받았던 김 작가의 명함에는 “당신이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이런 사람이라면 차 작가의 소설을 가장 멋진 형태로 이끌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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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눈치를 보다가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러저러한 작가님이 계신데 정말 좋은 소설을 쓰시는 분이다. 요다에 추천해주실 수 있겠느냐”는 요지의 글이었다. 다행히 김 작가는 바로 OK를 외쳤다. 이후 출간이 결정되기까지 일사천리였다. 장편이 출간될 사이 차 작가와 몇 개의 앤솔로지 작업을 같이 했다. ?『인더백』? 과 비슷한 시기에 시공사에서 함께 작업한 ?『좀비썰록』? 이 나왔고, 내년 초에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앤설러지가 씨앤톡 출판사에서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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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이토록 지저분한 것은 각자 지켜야 할 것이 있기에 그런 것이리라. 만약 누군가가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한다면 그는 소중한 것을 지키고 있다는 뜻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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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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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는 그저 각자 소중한 무엇만 존재할 뿐. 아이가 그에겐 그런 존재였다. 아무리 세상에 대고 대답을 물어도 세상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대답했다. 아무리 원망해도 합리를 보여주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차무진, ? 『인더백』 ? 3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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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무진 작가의 ?『인더백』? 은 백두산 폭발에서 시작한다. 카니발바이러스가 한반도를 뒤덮는다. 인간이 인간을 먹는 지옥도가 펼쳐진다.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은 식인자들을 피해 남쪽으로 피난을 간다. 오래전 6.25의 참상이 이랬을까 싶을 지독한 여정이다. 그의 여정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까닭은 커다란 가방에 숨겨둔 여섯 살 아들 탓이기도 하다. 식인자들은 주인공의 아들과 같은 야들야들한 살결을 특히 탐낸다. 주인공은 그런 식인자들로부터 아들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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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 떨어져도 희망이 있으면 살아갈 이유가 생긴다. 희망이 있는 자는 강하다. 소설 ?『인더백』? 에서 희망의 다른 이름은 아들 한결이다. 주인공은 아들을 위해 산다. 아들을 살리고 싶다는 강한 의지는 주인공이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강한 의지가 되고, 희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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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주인공의 삶의 의지에서 까치와 파랑새를 떠올린다. 우리 동네 까치는 어디서 날아왔을까. 까치들은 파랑새를 낳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이 파랑새가 서서히 자라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늘 곁에서 지키며, 까치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이 펼쳐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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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까치의 머릿속에 펼쳐지는 그 생각은 푸른 빛 희망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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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백차무진 저 | 요다
디스토피아적 종말 세계에서 어린 아들을 데리고 서울에서 대구까지 가야 하는 젊은 남자의 이야기다. 결말을 쉬이 짐작할 수 없는 전개, 단단한 문장, 박진감 넘치는 서사, 빛나는 휴머니즘, 그 위에 펼쳐지는 묵직하고 처연한 세계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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