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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못된 세자들

 

왕이 못된 세자들

함규진 지음, 김영사

조선은 왕이 27명이었다. 태조 이후 세자를 두기 시작했으니 정상적으로라면 세자 또한 27명이어야 한다. 그런데 조선은 그보다 세자가 더 많다. 다시 말해서 왕이 되지 못한 세자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왕 다음 가는 위치를 가진 세자 중에서 왕이 되지 못한 세자가 많다는 점에 주목을 했다. 세자가 된 후계자의 개인적인 성향도 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왕이 되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아버지에게 버림받아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망국의 세자 역할을 하면서 일생을 불행하게 보낸 경우도 있었다. 왕은 만인지상의 위치라고 하지만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 오면서 왕권은 신권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유학적 접근으로 인해 절대적인 존재이지만 한편으로는 눈치를 봐야 하는 존재였다. 그 옛날에는 타고난 혈통으로 왕이 되었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왕의 자격을 논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 와중에 다음 왕의 위치는 결국 세자였고 어렸을때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성장하는 그들은 비뚫어지기 쉬운 존재였다. 

저자는 조선 왕조 전체를 바라보면서 인간적인 연민을 던졌다. 태조 이성계는 권력에 욕심을 가져서 왕씨에게서 나라를 가져 왔지만 첫번째 세자가 비명 횡사하면서 그 댓가를 치루기 시작했다. 조선은 민초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나마 고려보다는 나은 시대였지만 이성계의 가계 측면에서는 그 어느 왕실보다 피바람이 많이 불었으며 문제가 많았다. 지금도 영친왕의 후예들은 왕실 복원의 꿈을 꾸면서 어렵게 살고 있다. 어쩌면 그들은 왕씨를 몰살하면서 생긴 업보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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