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Book

아랍인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

아민 말루프 지음, 김미선 옮김, 아침이슬 출판



2001년 9월 11일의 테러 이후에, 아랍인들의 테러를 보면서 비참하다거나 너무 잔인하다거나 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피의 보복을 해야 한다는 둥, 야만은 버려야 한다는 등의 단편적인 발상을 보였다.
역사를 논할때, 간단하게 사건 위주로 논의를 한다면 이번 사건 역시도 그저 아랍인들이 서구 사회에 테러를 한 것으로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그렇게 단순한 논리로만 이해를 해서는 안된다. 이는 마치 한국의 근대화와 남북 분단을 단순히 이데올로기가 대립하여 발생했다고 보는 것과 같지 않을까 싶다.

좁게 말해서 유럽과 북아프리카 및 서아시아 지역은 우리쪽 동북 아시아의 역사적 관계와 상당히 비슷하다. 아니 비슷한 지역적 요건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속한 동북아시아 지역이 역사적으로 겪은 사건과 관계가 유럽, 북아프리카, 서아시아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아민 말루프는 레바논에서 태어났고 아랍인으로 자랐으며 20세기 후반부터 아랍인이 겪는 모습들을 모두 보고 자랐다. 그래서 아민 말루프는 서구 유럽과 아랍세계가 어떻게 하여 현재의 대치상황을 가지게 되었고 서로를 오해하게 되었는지 하는 그 원인을 11세기 후반의 십자군 전쟁에서 찾았다.
유럽인종의 대표는 프랑크인, 아랍의 대표는 현재의 시리아, 레바논, 아라비아 반도에 거주하는 이슬람 종교를 믿는 사람들. 아민 말루프은 가끔 몽골인이나 페르시아인과 같은 조연들을 출연시키기도 하지만, 주로 이슬람인과 프랑크인의 대결에서 프랑크인의 허울된 모습과 이슬람인의 대응을 보여주었다.
상당히 흥미로운 점은, 프랑크인이라고 하면 동유럽에 거주하다가 4세기경 민족 대이동 시기에 유럽에 정착한 기독교화된 야만족이라는 것이다. 그 전까지 유럽을 지배하던 종족은 라틴족이었다. 십자군 원정, 아니 이제 우리는 아랍의 입장도 알았기 때문에 프랑크인의 침공으로 불러야겠다. 프랑크인의 침공이 있던 시기에 한때 유럽을 지배했던 라틴족은 동로마제국으로 남아서 이슬람인들과 그다지 친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나쁜 관계로 살고 있던 상황은 아니었다. 다시말해서 굴러온 돌에 해당하는 프랑크인으로 인해서 전체 유럽(이후에는 서구사회 전체)이 아랍세계와 등을 돌리고 아웅다웅하고 있다.

잡설이 길었는데, 책은 프랑크인이 상륙하여 이슬람세계를 공포로 만든 1191년부터 도망가다시피 떠난 1291년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평화롭게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자기네 종족들끼리 아웅다웅하면서 잘 살고 있었던 이슬람 세계에 엄청난 피바람과 공포가 몰아졌고 그래서 초창기에는 엄청난 살육전이 벌어졌다고 적었다. 물론 역사적 사실과 기록에 근거했다.
적대적일 거라고 생각했던 프랑크인 - 이슬람인의 관계가 초기 이후에 오히려 교류도 하고 친선도모까지 하게 되는 모습에서 프랑크인들이 말하는 성지 회복이라는 기치가 얼마나 무의미하고 무가치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이 책 속에서 나타난 프랑크인의 침공 횟수는 역사책에서 나왔던 10여 회와는 전혀 상관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서구인들의 물욕에서 시작한 전쟁을 "성전(聖戰)"으로 포장한다는 것은 아랍인을 포함한 이슬람 세계를 무시하고 힘에 의한 무식한 세계 질서를 인정한다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아민 말루프가 프랑크인의 침공 자체에 대해서 도덕적 정당성을 논의하자는 것은 아니다. 원래 집안에 난 놈이 있으면 밖에서 사람들이 들어오기 마련이듯이, 프랑크인의 침공 당시에 이슬람세계는 초기의 순수했던 종교 시절 (칼리프시대)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투르크족의 일파인 셀주크가 이슬람 세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다. 정치와 종교의 위대한 지배자이자 선지자 마호멧의 후계자인 칼리프는 셀주크족에 의해서 명목상의 지도자가 되었고 셀주크족의 실질적인 지배자인 술탄이 이슬람세계를 주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외래 민족에 의해서 이슬람세계가 분열되고 이슬람 세계 자체를 흔드는 프랑크인이 침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셀주크가 지배하는 이슬람세계는 단결하지 못했다. 단결되지 아니한 이슬람 세계는 지속적으로 프랑크인의 침공을 불러왔으며 심지어 몽골족의 침입까지도 당하게 되어 결국에는 일 칸국의 건국까지도 허용하게 된 것이다. 이는 15세기경 오스만 투크크 제국이 성립되어서야 비로소 해결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름대로 몇가지 정보를 알 수 있었다.
일찌기 십자군 전쟁이라고 하면 사자왕 리차드와 살라딘의 대결로 요약된다. 물론 내가 한쪽의 이야기만 들었기 때문에 생긴 오해이긴 하지만, 리차드와 살라딘이 비슷한 나이대였고 리차드가 훨씬 지혜로운 줄 알았었다. 그러나, 비록 이 책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주변 정황으로 미루어 짐작해보건데, 살라흐 알 딘은 통치자였고 사자왕 리차드는 그저 정복자였다. 또한 살라흐 알 딘이 장군인줄 알았으나 엄연히 이집트와 시리아를 영토로 가진 왕이었다. 왕과 왕의 싸움에서 왕과 장군의 싸움이면 논의 수준이 달라진다.
내 머리 속에는 프랑크인과 이슬람인이 서로 으르렁거리고 싸우는 모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침공 초기 이후에는 때때로 이슬람인과 프랑크인이 종족의 관계를 떠나서 상호 이해관계로 인해서 그들의 적과 대응한 상황이 나온다. 역시 세상은, 세상일은 단순하게 인식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몽골의 침입이 프랑크인의 침공 시기에도 이루어졌었다는 것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이 프랑크인의 침공 이후에 몽골인이 침입한 걸로 알고 있었다. 이런저런 사실들로 보면, 프랑크인의 침입 이후의 이슬람인들은 참으로 어렵고 힘들게 살아 온 거 같다.
아쉬운 점이 몇가지 있다. 내부인이 보면 잘 되어 있을지 모르겠지만 외부인의 입장에서 이슬람 세계, 혹은 아랍 세계의 정쟁이 정확하지 않다. 책을 읽다 보면 술탄이 나오고 칼리프가 나오고 또 왕이 나온다. 실질적인 지배자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겠고 에미르, 팔리가르 등과 같은 용어가 잘 들어오지 않았다. 솔직히 내가 너무 과도하게 지적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아민 말루프는 그저 소설로서 이 작품을 훌륭히 포장한 거 같고 "역사서"로서는 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이었다면 내 지적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요즘은 내가 글 쓸때조차도 번역체의 말투가 젖어있다. 그런데 이 책은 지나치게 번역체 투이다. 번역하시는 분이 그쪽 세계의 역사를 좀 더 많이 알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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