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Movie

디 워 (D-War, 2007)

디 워 (D-War, 2007)          

한국, 미국  |  판타지, 액션  |  90 분  |  개봉 2007.08.01

감독:  심형래

출연:  제이슨 베어(이든 켄드릭), 아만다 브룩스(세라), 크레이그 로빈슨(브루스), 엘리자베스 페나(린다 페레즈 요원), 로버트 포스터(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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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 개봉이었는데, 이 영화는 개봉전부터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렸다. 개봉하기 전에도 시끄러웠고 개봉하면서도 무척이나 시끄러웠으며 심지어 한 방송국에서는 이 영화를 놓고 한바탕 토론까지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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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갑론을박하고 싸우는데도 이 영화는 500만 관객을 우습게 넘어버렸다. 그런데도 여전히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뜨겁게 토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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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미움받는 이유는 다음 몇 가지가 아닐까 싶다.

첫째, "무슨 영화가 이따위냐" - 작품성 논란. 둘째, "무슨 영화에 이리 돈을 많이 쳐 발랐느냐" - 과도한 투자비 논란. ( 그 외에도 민족주의 혹은 애국주의 마케팅이니 하는 건 빼자. 왜냐. 그건 그 배급사의 마케팅 전략이니까 굳이 잘되었네 안되었네 따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린다면 그건 그쪽이 성공한 것이지 논란 소지가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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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 논란. 아마 토론에 나왔던 반대 패널들이 실랄하게 쏘아 붙였던 부분이 아닐까 싶다.  

차근차근 살펴 보자. 먼저 스토리. "이게 무슨 작품이냐. 갑자기 왜 적들이 다 죽어 버리느냐." 나도 그렇게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영화라는게 스크린에서 보여주는게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예를 들어 스타워즈 2편이 끝난 후에 3편 시작할때 갑자기 팰퍼틴 의장이 잡혀 있는 장면이 나온다. 그 두 영화만으로 본다면 말이 안되는 연결이다. 그런데 애니메이션 에피소드에서는 납치 장면이 나온다. 애니메이션이 없었다면 에피소드 3을 놓고 봤을때, (적어도 에피소드라고 밝히기 전까지 개별 에피소드 영화들은 독립적인 영화로서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영화 스토리상 개연성이 전혀 없지 않겠는가. 더구나 원래 에피소드 4였던 "새로운 희망"이 제일 먼저 개봉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스토리 개연성을 따지기에는 다소 무리가 아니겠는가. 자, 그럼 이 영화 D-War는 어떠한가? 스토리가 비약이 많다고들 했다. 과연 그럴까? 영화 만으로 본다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감독은 가끔 생략하기도 하고 건너뛰기도 하고 또 의도적으로 숨기기도 한다. 감독의 의도를 생각해 봤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 영화의 스토리가 과혀 "나쁘다"고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제작노트를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감독이 끊임없이 꿈꿔왔던 가상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다음으로 영상미. 이 부분에서는 실사와 CG가 적당히 섞여 있는데, 그 조화가 부자연스럽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한들, 그것이 작품 전체의 흐름에 영향을 끼칠 만한 요인일까? 그때 나왔던 토론 패널 중 어떤 분이 미국의 흥행 마술사라는 스티븐 모 감독을 언급했는데, 가장 처음 개봉되었던 스타워즈 에피소드 4의 비행 장면을 기억하는가? 에피소드 6에서는 천년매(밀레니엄 팔콘)호가 타이 파이터랑 대등하게 싸우는데, 에피소드 4에서는 타이 파이터가 천년매호보다 아주 작다. 그 사이에 크기가 변경되었나? 전혀 그렇지 않다. 심지어, 프라모델을 줄에 매달아서 작은 카메라로 찍은게 모두 티가 난다. 

그리고, 미학적 측면. 나는 여기서 웃음을 금할 수 없다. 이 영화를 제작한 감독은 예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오락 및 흥행 가능한 영화를 만들어 왔고 또 이 작품도 그러한 부류에 있다. 영화가 미학적으로 혹은 심미적으로 무언가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이 영화에 들이댄다면 과연 새로운 작품은 어디서 어떻게 나올까 싶다. 쿠엔틴 타란티노도 영화 처음 만들어서 들고 나왔을때 엉망이었다. 지금은 타란티노 스타일이네 머네 말을 하지만, 어쨌건 흥행에 성공하고 사람들이 많이 보니까 그 스타일을 인정 받지 않나? 

영화의 작품성 논란에 대해서, 비평가는 비평을 해도 된다. 하지만, 관객이 보고 즐기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지 마라. 그 영화가 영화사에 어떤 평가로 남을지는 영화 평론가가 뭐라고 하겠지만, 적어도 영화를 보고 난 관객의 입장에서는 봤는데 즐거웠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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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비 논란은 다소 어이 없다. 어떤 감독은 이 영화에 들어간 돈이면 영화 300개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부러우냐? 부러우면 너도 그만한 돈을 투자받을 만한 영화를 만들어라." 너무 직설적인 멘트일 수도 있다. 그날 토론에서 방청객 패널이 그런 말을 했다. "용가리가 실패했다면 왜 D-War에 돈을 투자했을까?" 투자자가 짱구냐? 투자자 옆에서는 주판 튕기는 사람이 없을까?


어떤 사람은 네티즌이 너무 심하게 닥달하고 또 애국주의가 심하게 한 방향으로 흘러서 그걸 문제 삼겠다고 했다. 과연 그러할까. 영화가 재미없으면 네티즌도 그런 소리 하지 않을 것이다. 용가리때에는 분명히 그랬다. 이번에는 왜 이렇게 흘렀을까? 용가리때 많이 씹어서 그랬을까? 아니다. 누가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D-War에 대해서 지나치게 공격을 하니까 맞받아친 것이다. 그걸 가지고 "비평가의 의무"를 논하진 말아야 할 것이다. 혹자는 이 영화를 띄우기 위해서 제작사 측에서 역공세로 나온게 아니냐라고 한 적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아마 그날 나온 반대 패널들이 사실은 모두 제작사와 긴밀한 연관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그건 제작사나 참석 패널이 안 밝히니까 공식적으로는 아니라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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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외적으로, 다음 몇가지 요소는 정말 훌륭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는, 영화 마지막에서도 감독의 멘트가 나왔지만, 실패를 겪으면서 칠전팔기로 성공해본 사람이라면 마지막 장면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감독의 목표가 한국에서의 성공이 아니라 미국에서, 그리고 세계에서 성공이 아니던가. 조선놈은 별 수 없다 라는 멘트를 만든 일제 식민지 시대의 지식인 같은 소리를 하는 비평가들이나 평론가들은 지네들 조상 찾아서 딴 나라 가야 한다. 왜나라에 쫓아 가서 독도 땅에 대해서 담판짓고 돌아온 안용복이 "감히 나라 밖으로" 나갔다고 곤장치던 쫌생이 조선 관리나 다름없다. 지금도 가수겸 제작자인 박진영이 미국 음반 시장에 도전한다고 하니까 뒤에서 비아냥거리고 "그 곡 가지고 되겠느냐"고 발목 잡는 부류가 많은데, 이 영화도 그 비슷한 과정에 휘말려 있는게 아닐까 싶다. 시도 그 자체로 대단하다고 봐 줘도 모자랄 판국이다. 우리가 언제 세계와 어깨 나란히 대고 겨루어봤는가. 

둘째는, 우리나라의 한글 단어를 세계 영어 사전에 올린 게 아닐까 싶다. "이무기"가 영화 속에서 무엇이라 나왔던가. "브라퀴"는 또 어떠하던가. 한류니 혹은 한국 문화의 세계화라고 백날 떠들어봐라. 그 영화 속에서 외국인들이 한글을 한글 그대로 발음하는 것만 하겠는가. 게다가 이 영화에서는 이무기와 용을 매우 잘 형상화했다. 벽화나 기타 어디에도 전체 모습을 그리거나 혹은 실감나게 그린게 없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정말 "볼 만" 했다.

셋째는, 둘째의 연장선상에서, 우리의 신화가 외국애들에게 먹힐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만 배경으로 찍은 영화는 해외에서 큰 성공 거두지 못한다. 괴물이 성공했는가? 그렇다고 JSA가 가서 성공했는가. D-War는 철저히 미국 현지화를 지향했다. (여기서 잠깐. 왜 조선시대 이무기가 미국에서 나타났느냐며 말도 안된다고 떠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루마니아 흡혈귀는 왜 미국으로 갔으며 아마존의 괴물은 왜 꼭 미국으로 가며, 외계인은 왜 꼭 미국에만 나타나는가? 왜냐고 묻지 마라. 감독이 혹은 각본 쓴 사람이 마음대로 정한다. 그게 창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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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적으로, 다소 아쉽다는 생각을 한다. 분명히 감독이 구상한 영화의 가상 세계는 엄청나게 큰 모습인데, 후반부에 일어난 단편적인 것만 보여주니까 한번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영화를 보기전에 오히려 스토리를 간략하게 보았더라면 더 이해가 편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판타지 영화는 영화 그 자체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다만, 이 영화에서 마지막에 복선을 좀 더 깔았더라면 다음 작품을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은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이무기와 용을 너무나도 멋있게 그렸기 때문에 다른 건 몰라도 앞으로 국사책에서 "현무도"나 "용"에 대해서 논할때 D-War 속에 있는 그 두 창조물을 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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